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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더맥키스컴퍼니-대전 법동시장

입력 | 2013-12-19 03:00:00

시장통서 직원들 생일파티… “송년회까지 열어요”




더맥키스컴퍼니 직원들이 대전 대덕구 법동시장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다. 재래시장에서 산 물건들로 생일상을 차리고 상인들과 함께 축하 건배를 하며 화기애애하게 보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7일 오전 대전 대덕구 법동시장으로 지역 주류업체인 더맥키스컴퍼니(이하 맥키스) 유니폼을 걸친 이들이 20여 명 들어섰다. 이들은 시장 곳곳을 다니며 과일, 음료부터 시장 한편에서 판매하는 족발 등을 사느라 분주했다. 오전부터 회사원들이 재래시장을 찾아 장 보느라 바쁜 이유는 이 회사가 매달 그 달 생일을 맞은 사원들을 대상으로 열어주는 생일파티를 이곳에서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들릴 때마다 상인들의 얼굴엔 웃음기가 감돌았다.

아버지와 함께 청과물 가게를 하는 ‘통큰청과’의 양성훈 사장(26)은 “손님이 많지 않은 겨울철 오전부터 기업에서 나와 직접 물건도 사주고 행사도 열어서 활력을 불어넣어 주니 보기 좋다”고 말했다. 로컬푸드직매장의 오신성 대표(45)도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재래시장에 기업들이 와서 보탬이 돼주니 고맙고 힘이 된다”고 말했다.

○ 전통시장에서 즐기는 회사 행사

맥키스는 소주 ‘오투린’ 믹싱주 ‘맥키스’ 등을 생산하는 대전 지역의 주류회사다. 공유가치경영(CSV)을 중시하는 이 회사는 지역과 연계된 전통시장 활성화 활동을 다양하게 해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법동시장과는 여러모로 인연이 깊다.

월별 생일을 맞는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문화공연관람, 레포츠 활동을 하고 저녁 파티를 갖는 프로그램은 이 회사의 대표적인 자랑거리 중 하나. 회사 측은 올해부터 이 행사를 이왕이면 전통시장 상권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전통시장도 살리고 임직원에게도 주변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맥키스는 지난해 7월부터 약 5000만 원의 온누리 상품권을 상여금, 포상 등으로 임직원들에게 지급하거나 구매를 독려하면서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날 생일을 맞은 사원들은 전통시장에서 산 물건들로 생일상을 받았고 시장 내 상가에 모여 왁자지껄하게 뒤풀이도 했다. 믹싱주 맥키스와 음료를 혼합한 칵테일로 건배하는 자리에는 시장 상인들도 여럿 참석해 함께 흥을 돋웠다.

이달 생일을 맞은 김두섭 대전지점 대리는 “사원들을 챙겨주는 회사의 자랑거리인 프로그램을 전통시장과 연계하니 지역 살리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뜻 깊다”며 “일반 식당에서 하는 것과 달리 흥도 나고 이색적이라 더 좋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월별 생일 프로그램뿐 아니라 부서별 회식, 송년회 등 다양한 행사를 전통시장과 연계해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 황톳길 사업 덕에 활력 감도는 시장

사실 맥키스와 법동시장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장 상인들이 맥키스에 각별함을 느끼는 이유는 이 회사가 대전 계족산의 황톳길을 조성함으로써 대전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법동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줬기 때문이다.

회사가 2006년부터 CVS 경영의 일환으로 조성하기 시작한 총 14.5km에 달하는 황톳길은 이제 전국적인 관광명소로까지 발전했다. 황톳길 주변으로 주말이면 5만여 명의 방문객이 몰린다. 자연히 황톳길과 인접한 법동시장으로까지 손님들이 이어지면서 시장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

법동시장은 황톳길로 인한 시장 활성화 덕분에 올해 시장경영진흥원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대상으로도 지정됐다. 맥키스 CSV팀 박종원 과장은 “매년 숲길 보수 유지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당장 직접적인 이익보다 사람들의 공감이 유무형적 성원으로 기업에 돌아올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키스는 계족산 황톳길을 최대한 활용해 법동시장을 살릴 방안을 계속해서 고안 중이다. 문화예술행사까지 어우러진 ‘계족산 맨발축제’ ‘숲 속 음악회’ 등을 열어서 대규모 방문객을 지속적으로 법동시장으로도 유입시키고 있다. 직접 음악회를 찾기 어려운 전통시장 상인 등을 위해서 ‘찾아가는 음악회’ 등도 연 50여 회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맥키스는 올해 한국전통시장학회에서 수여하는 창조경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 시리즈가 ‘20회 대전 법동시장’을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 빈점포 활용 상인회서 공동운영… 상인들 재기 도와 ▼
우리시장 스타/ 족발구이집 ‘인생역전’ 박옥태 점장


먹음직스러운 족발구이를 선보이고 있는 ‘인생역전’의 박옥태 점장.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대전 법동시장에는 ‘인생역전’이란 상호의 족발구이집이 있다. 문을 연 지 이제 석 달 남짓한 이 가게는 법동시장 상인회가 상인협동조합을 꾸린 후 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해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점포다.

법동시장 내에는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점포가 총 3곳이다. ‘인생역전’을 비롯해 로컬푸드직매장, 즉석구이 김 전문점이다. 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상인들도 공동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다. 지역 역사에 담긴 ‘두레 문화’를 이어 받아 전통시장 활성화를 꾀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인생역전’은 문을 열면서부터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생역전’이란 상호 역시 서민들의 꿈인 인생역전, 전통시장 상인들의 재기와 부활을 동시에 염원하면서 지었다.

상인들은 계족산 황톳길에서 산책이나 등산을 마친 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로 족발구이, 파전 등을 골라 메뉴를 개발했고 지역의 유명 호텔 조리장에게 부탁해서 족발구이 소스 제조법까지 따로 배웠다. 재래시장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던 할인쿠폰, 경품쿠폰 발급과 적용도 실험하고 있다. 박옥태 점장은 “황톳길 등산하러 왔다 내려오신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아직은 초기라서 보완할 점도 많지만 다양한 이벤트와 연계해 더 많은 분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대전 법동시장 주변에 관광명소 많은 문화관광형시장 ▼

대전 법동시장은 개설된 지 20년이 안된 소규모 전통시장이다. 대전에 있는 전통시장 40여 곳 중에서도 가장 점포 수가 적다. 하지만 법동시장은 지리상 이점을 가진 특색 있는 전통시장이다. 법동시장이 자리 잡은 지역은 조선시대 은진 송씨 집성촌이 위치한 곳으로 청렴하고 강직한 선비정신, 두레의 협동과 상생 정신을 삶의 근본으로 삼았던 조상들의 얼이 그대로 서린 곳이다.

특히 주변에 관광유적지가 많아 역사적인 이야기가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전국 3대 명소로 선정된 계족산 황톳길을 비롯해서 금강 자전거 길이 시작되는 대청댐과 물문화관 등 지역주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즐비하다.

또한 주변에 400년 이상 된 조선시대 유학자 동춘당 송준길의 별당부터 쌍청당, 제월당, 송애당, 옥류각, 송용억 고택 등 조선시대 전통가옥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은진송씨정려각, 이시직공정려각 등 충신이나 효자, 열녀에게 나라에서 정표하여 세운 집인 정려각도 많다.

이런 특성 덕분에 법동시장은 그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올해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지정돼 육성되고 있다. 법동·송촌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의 류지호 단장은 “주변의 다채로운 탐방지역과 연계해서 법동시장만의 스토리를 개발해 지역 명소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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