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류신 지음/324쪽·1만8000원·민음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베냐민의 연구방법론을 지금의 서울에 적용한 것이다. 저자는 인천 출신으로 독일 현대시를 연구하고 문학비평가로 활약해왔다. 그는 우리 문학사 최초의 근대적인 산책가 구보 씨(박태원의 소설 ‘구보씨의 일일’ 주인공)를 21세기 서울이라는 공간으로 호출해 낯설게 본 이 도시의 풍경을 독자들에게 펼쳐 놓는다.
아침 일찍 영등포에 있는 집을 나서 63빌딩과 광화문광장, 청계천, 명동, 숭례문, 홍대입구, 삼성역, 강남역을 거쳐 막차 버스로 집으로 돌아가는 만 하루 동안의 여정 속에서 구보 씨의 눈에 비친 서울은 소비와 개발에의 욕망이 일상 구석구석까지 침투한 공간이다.
광고 로드중
그렇다고 이 책이 서울에 대한 냉소적 시선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명동성당에서는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를 중히 여기는 성소로서의 가능성을 읽고, 생뚱맞다고 비난 받는 청계광장의 팝아트 조형물에서는 광화문광장의 권위주의를 완화해 주는 존재 가치를 발굴한다. 저자가 본문의 적재적소에 인용한 소설과 시, 대중가요 구절들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