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관광마케팅 오크롤리 실장
한국어를 섞어가며 서울의 매력을 설명하는 파란 눈과 금발 머리의 50대 여성. 12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사무실에서 만난 모린 오크롤리 서울관광마케팅 마이스(MICE)실장(부사장·55·사진)은 미국인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한국어 발음이 정확했다. 그는 서울 관광과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산업의 홍보·마케팅을 위해 서울시와 민간기업들이 함께 설립한 서울관광마케팅에서 6년째 일하고 있다. 오크롤리 실장과 한국의 인연은 그가 중학생이던 197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한국에 배치된 미군 아버지를 따라 서울 땅을 밟았다.
서울이 좋았던 미국 소녀는 혼자 버스를 타고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취미를 갖게 됐다. 나중엔 미군을 상대로 관광가이드를 할 정도가 됐다. 그렇게 정이 든 서울을 떠나게 된 1974년, 그는 일기장에 “반드시 돌아온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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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후 사흘 만에 면접 보러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어요. 당시 사장은 ‘당장 같이 일하자’고 했죠. 34년 만에 서울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예요.”
그렇게 오크롤리 실장은 남편과 자녀 넷을 두고 홀로 서울에 와 MICE 부문 총책임자가 됐다. 이후 해외 단체들을 상대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도맡아 하다시피 했고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밤낮없이 일했다. 이들의 노력 덕에 2009년 9위였던 서울의 국제협회연합(UIA) 컨벤션 도시 순위는 1년 만에 5위로 올라갔다.
기쁜 소식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관광·여행 분야의 세계적 전문잡지 ‘비즈니스 트래블러’와 ‘글로벌 트래블러’는 이달 초 서울을 ‘2013년 세계 최고의 MICE 도시’로 선정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