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훈련서 만난 김성근 감독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11일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경기장 안에 있는 서귀포야구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안 된다고 하지 마라. 세상 어딘가에는 반드시 너만 채울 수 있는 구멍이 있기 마련”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고양 원더스 제공
10일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71)은 “조금만 고치면 터질 텐데 안 되는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어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생각을 잘못했거나 방법을 모르거나 열정이 부족하니까 안 되는 것이다. 소질이 없어서 안 되는 건 없다”며 “지도자가 먼저 한계를 그으면 그 선수는 결국 진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속해 “우리 아이들이 처음 우리 팀에 왔을 때는 프로에 갈 확률이 제로(0)였다. 거기서 출발해 같이 치열하게 싸우면서 선수를 만들었다. 지금 이 아이들 폼이 어색해 보여도 석 달 전에는 아예 선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며 “고양 선수들이 프로 가서 실력이 어떻다고 말하기 전에 프로에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인생에서 승자가 됐다는 칭찬을 먼저 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겉으로 드러난 가격보다 속에 숨은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걸 사람들이 잊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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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인터뷰를 마친 뒤 내야수 세 명에게 2시간 가까이 직접 방망이를 들고 연습 타구를 때리면서 그들의 시행착오에 동참했다. 13일은 김 감독 생일이지만 이날도 그는 시행착오의 한복판에 서 있을 게 틀림없다. 김 감독을 ‘야신’으로 만든 그 시행착오 말이다.
서귀포=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