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청와대 앞 1인시위“책임자 엄벌-제도개선 빈말뿐 진상규명 안돼… 전면 재조사를”
공주사대부고 해병대 캠프 사고 유족 가운데 한 명이 서울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후식 씨 제공
이런 문구를 적은 나무판자를 세워 놓고 하루 종일 주변을 지킨 지 벌써 1주일째. 살갗을 파고드는 겨울 추위쯤은 견디기 어렵지 않다. 차가운 바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들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유족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아 아쉽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교육부, 수사 당국 등 어느 누구도 시위 현장에 관심이 없어 더더욱 이 겨울이 춥기만 하다.
○ 청와대 앞 1인 시위 나선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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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사흘째인 7월 21일 당국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모든 캠프를 중단시키고 책임자를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를 수용해 무기한 연기하겠다던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해 힘을 보탰다. 그 후 경찰은 사고의 책임을 물어 캠프 관계 회사인 H사의 이사 김모 씨와 교관 3명 등 모두 4명을 구속했다. 공주대는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당시 이모 교장을 파면했고 교육부는 희생자를 기리는 장학재단 설립을 약속했다.
○ “그렇게 책임자 엄벌과 재발 방지 약속했지만…”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유족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유족들은 “학교 측과 여행사 사이의 리베이트 수수 여부, 캠프 운영 과정의 부실 여부, 관할 태안군과 해경의 관리감독 소홀 여부 등 사고 당시 제기됐던 의혹들은 거의 해소되지 않았다”며 “더구나 캠프 계약 및 운영 회사들의 대표들은 하나같이 구속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장학재단 설립 약속은 흐지부지됐다. 모든 처벌을 달게 받겠다던 이 전 교장은 파면 조치가 너무 가혹하다는 취지로 소청심사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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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따뜻한 밥을 먹을 때마다 먼저 떠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마저 지키지 못할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던 만큼 대통령께서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유족들은 이번 시위에 들어가면서 △사고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엄중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사설 해병대 캠프 전면 폐지 △성역 없는 전면 재수사 △교육 당국의 유가족과의 약속 이행 △태안군과 태안해경의 전면 감사 등을 촉구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