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일관계도 김치 함께 담그듯이…”

입력 | 2013-12-09 03:00:00

아베 부인 아키에, 주일 한국대사관 김장축제 참가




7일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김장축제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오른쪽)가 직접 담근 김치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 제공

7일 일본 도쿄 미나토(港) 구의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한국과 일본 간 ‘김치 우정’의 싹이 텄다.

대사관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 왕족인 다카마도노미야(高円宮) 비(妃) 등 일본 측 인사와 재일 한국 교포 등 20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김장 축제’를 열었다. 한일 간 냉각된 분위기를 녹이고자 올해 처음 만들어진 행사다.

아키에 여사는 ‘김장법 강의’를 들은 뒤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김치를 담갔다. 이병기 주일 대사의 부인인 심재령 여사는 아키에 여사 옆에 붙어 하나하나 코치를 했다. 심 여사가 김치를 잘라 아키에 여사 입 안에 넣어줄 때 “와”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취재진과 참석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아키에 여사는 “김장을 직접 해보니 재미있었다. 남편에게 먹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키에 여사는 김장에 앞서 심 여사와 환담하며 “오늘 만든 김치는 언제 먹을 수 있느냐. 시어머니께서 (오늘 만든) 김장김치를 자신에게도 좀 가져다 달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아키에 여사는 최근 한국 관련 문화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그는 9월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이달 3일 도쿄 코리아센터(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일 아동작품교류전 시상식 등에 참석했다. 이는 아베 정권 들어 한일 정상회담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직접 ‘한국 마음 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병기 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한국의 김장 문화와 일본 식문화(和食·와쇼쿠)가 나란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며 “양국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손잡고 미래로 나아간다면 어떠한 어려운 문제라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일 인사들이 담근 김치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 등에 보내진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