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클로드 케텔 지음·권지현 옮김/344쪽·1만7000원/명랑한지성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장벽이 등장한 시기는 선사시대다. 이때의 장벽은 짐승이나 다른 침략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원초적 필요에 의해 세워졌다. 보호해야 할 대상이 국가 공동체로 확대되면서 장벽에 정치적 의미가 더해졌다. 한족을 끊임없이 괴롭힌 북방 민족을 막기 위해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중국의 만리장성이 대표적이다.
시간이 갈수록 추방의 의미를 담은 ‘페스트 장벽’, 종교적 성지가 된 ‘통곡의 벽’ 등 다양한 벽이 등장했다. 그중 가장 정치적인 의미를 띤 장벽은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다. 이데올로기 대립에 의해 1961년 생겨나 1989년 사라진 이 벽은 높이 3.6m, 너비 1.2m의 콘크리트 벽일 뿐이었지만, 냉전시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저자는 1989년 기적처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지만, 남북한은 여전히 휴전선을 두고 전시 상황에 놓여 있는 확장된 냉전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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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