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듯한 내집이 생겼어요” 인천의 대표적인 쪽방촌인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에 생활주택 보금자리 아파트가 준공됐다. 3일 쪽방에 살던 원주민들이 분주히 이삿짐을 실어 날랐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 기자 press82@donga.com
김모 씨(74)는 쪽방촌에 있던 가재도구를 리어카에 실어 이틀에 걸쳐 아파트로 옮겼다. 김 씨는 “따뜻한 물이 나오고 화장실도 실내에 있어 정말 편하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사업에 실패해 이혼한 뒤 10여 년 전 혼자 괭이부리마을에 들어왔다. 폐지 줍기 등 품팔이로 번 돈을 모아 보금자리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게 된 것. 그는 괭이부리마을 내 ‘인천쪽방상담소’ 3층에 있는 ‘희망일터’에도 나가 부업을 하고 있다.
괭이부리마을에는 대개 방 한 칸에 부엌이 딸린 형태의 쪽방이 160채가량 몰려 있었다. 인천시는 2년 전 국·공유지에 지어졌던 67채를 허물고, 원주민 정착용 생활주택 보금자리를 완공했다. 보금자리 임대아파트는 3000여 m² 터에 4층 높이의 두 동 건물로 구성됐다. 면적 18∼38m²인 5가지 형태의 아파트가 영구임대, 국민임대로 나뉘어 있다. 원주민 중 50가구가 입주를 결정했으며, 이달 말까지 추가 입주자를 모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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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혹시 쪽방에 살 때 받던 지원이 끊길지 몰라 선뜻 입주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시장은 괭이부리마을 주민들에게 주던 기존의 지원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시와 동구는 보금자리 임대아파트에 이어 괭이부리마을 2단계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가 이미 사들인 10여 채의 빈집을 철거하거나 개·보수해 다양한 기반시설을 내년 6월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먼저 주민들의 자활시설로 김치가공공장, 굴 껍데기 까는 작업장을 짓고 있다. 나무의자와 조경시설을 갖춘 소형 쉼터인 ‘손바닥 공원’이 3개 들어선다.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현대식으로 바꾸기 위해 대형 정화조도 지하에 매설한다. 또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다다미방 2층 가옥을 개·보수해 쪽방 전시실로 꾸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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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