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서 무덤까지 ‘인생 필수품’ 빼곡
한복과 이불 등 혼수용품의 메카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모습. 동대문 일대 전통시장에서는 산모를 위한 미역국 재료부터 장례용 수의까지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물건을 살 수 있다. 동아일보DB
아기가 첫 울음을 터뜨리면 중구 오장동 중부시장으로 가면 된다. 1959년 문을 연 중부시장은 국내 최대의 건어물 도매시장. 산모를 위한 미역을 비롯해 굴비, 북어, 오징어, 홍합 등 해산물에서 견과류, 곶감까지 말린 음식은 모두 모여 있다. 지하철 2·5호선 을지로4가역과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가깝다.
아기 배냇저고리를 사려면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으로 가면 된다. 조선시대 배오개 장터 자리에 들어선 광장시장은 1905년 개장한 우리나라 대표 상설시장.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에서 내리면 찾을 수 있다. 2, 3층 주단포목부에는 전통 한복, 궁중 복식, 아동 한복, 생활 한복, 예단 등이 눈을 사로잡는다. 양복점, 구제의류 전문점까지 있다. 천을 사다 옷을 지을 수도 있다. 침구부가 있어 시집가는 딸을 위한 혼수이불을 마련할 수 있다. 색색빛깔 폐백 상차림,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은 이바지음식은 이곳에서 모두 준비하면 된다. 광장시장은 특화된 먹을거리로도 유명하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마약김밥’(꼬마김밥)은 물론이고 빈대떡, 순대, 족발, 회 등 온갖 먹을거리를 파는 상점이 줄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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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광장시장으로 돌아간다. 미역국, 배냇저고리부터 잔칫상, 혼수 등 숨 가쁜 삶의 여정은 여기에서 끝을 맺는다. 시장 곳곳 ‘한산 모시’라고 적힌 간판들을 찾아가면 삶을 마무리한 후 입는 수의(壽衣)를 맞출 수 있다. 관혼상제(冠婚喪祭) 인생사가 동대문 주변 시장에서 모두 이뤄진다.
이달 25일까지 매일 오후 7∼11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동대문 두산타워 건너편에 가면 동대문 시장 이야기를 포함해 동대문 주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서울시는 관광객들이 오가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8분짜리 미디어파사드 작품 ‘빛으로 그리는 동대문 600년’을 4시간 동안 연속 상영한다. 동대문의 변천사와 그 주변의 상권, 삶에 관한 사람들의 기억과 시간을 펼쳐낸다. 문의는 시 관광정책과(02-2133-2817)나 사업 운영사무국(02-764-6547)으로 하면 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