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절박한 심정에 글 남기면… “가게 털자” “대포통장” 유혹 빗발대낮 금은방 털이-女사업가 납치… 실제로 범행 나섰다 체포 되기도
속칭 인터넷 한탕카페에 “돈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용자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휴대전화번호, e메일 주소 등을 올리면 범죄에 이용되기 십상이다. 인터넷 화면 캡처
박 씨는 ‘돈은 한 푼도 없고 휴대전화도 곧 끊길 것 같고… 인생막장입니다. 돈 되는 일이면 뭐든 다 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다. 이미 ‘돈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꼭 연락을 달라’는 등 다른 이들의 글 10여 개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취업준비생 이모 씨(28)가 10월 말 올린 거였다.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 이 씨는 취업 관련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확실히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란 글을 클릭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댓글을 남겼다. 그는 그 후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는데 대부분 “함께 가게를 털어 보자”는 등 강력범죄 동참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박 씨 역시 글을 올린 지 얼마 안 돼 ‘몸 좋으냐’ ‘도둑질이나 싸움을 잘하느냐’는 등을 묻는 전화를 5통가량 받았다. “주민등록번호 등을 제공하거나 통장을 만들어 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 한탕카페에서 만나 함께 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발생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대낮에 금은방에 침입해 귀금속을 훔친 혐의(특수강도)로 유모 씨(39)를 구속하고 취업준비생 정모 씨(27)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각각 3억 원, 3000만 원의 빚이 있던 유 씨와 정 씨는 한탕카페에서 만나 연락처를 교환한 뒤 범행을 계획했다. 10월 8일 오후 1시경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금은방에 들어가 보도블록으로 주인을 위협하고 진열대를 깬 뒤 금반지 등 4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 훔친 귀금속은 장물업자에게 팔아 고시원 방세 등 생활비로 썼다.
경찰 관계자는 “붙잡힌 정 씨는 자동차 수리공으로 일하다 허리를 다친 뒤 다른 일자리를 찾던 중 유혹에 빠진 경우”라며 “한탕카페에는 돈이 절실한 이들의 심리를 이용해 또 다른 범죄에 이용하려는 경우도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