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놓치고 김선우 방출 이어 윤석민 트레이드에 팬들 걱정구단 “절대 밑지는 장사 아니다”
두산은 ‘이천의 기적’을 자랑하는 팀이다. 경기 이천시에 있는 퓨처스리그(2군) 선수단 훈련장에서 유망주가 끊임없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두산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유망주가 너무 많은 탓에 2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도 1군 무대서 충분히 기회를 얻지 못하는 유망주도 적지 않았다. 두산 팬들이 올 스토브리그 때 베테랑급 선수들의 잇따른 이적을 보고 “가슴은 아프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간다”고 말한 이유다.
그러나 윤석민 트레이드에 대해서는 이 같은 동정론조차 거의 없다. 팬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일단 윤석민이 장민석보다 나이가 어리다. 또 야구에서는 일반적으로 내야수가 외야수보다 가치가 높다. 게다가 윤석민은 지난해 6월 24일 대전 한화 경기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칠 정도로 장타력도 갖췄다. 따라서 FA 최준석(30)이 롯데로 옮기면서 생긴 ‘오른손 거포’ 공백을 채우기에 가장 적합한 선수가 윤석민이었다는 게 두산 팬들의 평가다.
이 관계자는 ‘김현수(25) 정수빈(23) 민병헌(26) 박건우(23) 등 외야 자원도 충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수빈이와 (박)건우도 좋은 외야수인 것은 맞지만 장민석의 가세로 새로운 경쟁 구도가 생기면서 더욱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지금 팬들께서 서운해하시는 마음을 알겠지만 내년 성적을 보고 나서 평가해 주시면 좋겠다”며 “장기적으로 강팀이 되려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한 트레이드였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2011년 김진욱 감독 부임 뒤로 선수단 구성이 크게 변했다. 2011년 가장 이닝 소화가 많았던 국내 투수 10명 중 6명(60%)이 두산 엔트리에서 빠졌고, 1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14명 중 6명(42.9%)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1군 엔트리 26명에서 외국인 선수 2명을 빼면 딱 절반(12명)이 팀을 떠난 것이다.
전임 김경문 감독 시절 두산은 단골 4강팀이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은 2001년이 마지막이다. 과연 두산이 이런 ‘급진적 체질 개선’을 통해 13년 만의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