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45년 전통 英 맨부커상 수상작 ‘루미나리에’

입력 | 2013-11-23 03:00:00

최연소 수상 28세 뉴질랜드 캐턴… 英美문학계 신데렐라로 반짝반짝




1969년 처음 제정된 맨부커상은 영연방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손꼽힌다. 이 상을 수상하면 책 판매가 최소 2배는 늘어난다는 ‘맨부커상의 법칙’은 이제껏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

2013년 맨부커상 수상작으로 28세의 젊은 뉴질랜드 여성작가 엘리너 캐턴(사진)이 쓴 ‘루미나리에(The Luminaries)’가 뽑혔다. 이번 수상이 더욱 특별한 것은 최연소 수상자 기록과 가장 분량이 긴 소설(848쪽) 기록을 같이 세웠다는 점에 있다.

캐턴은 1985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가족들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그는 2008년 미국 아이오와대의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시인 문정희와 소설가 김영하도 초대된 바 있는 그 프로그램이다. 캐턴은 같은 해 데뷔작 ‘리허설’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루미나리에’는 그의 두 번째 소설이다.

이야기는 1860년대 금광 채굴이 한창이었던 뉴질랜드 남섬의 서부 해안 마을 호키티카에서 펼쳐진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날 밤, 스코틀랜드 출신의 청년 월터 무디가 난파선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호키티카의 한 호텔에 도착한다. 무디는 그 호텔에서 실종된 백만장자와 자살 기도를 한 창녀를 둘러싸고 비밀스러운 논의를 펼치는 열두 명을 만난다.

12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장마다 이 열두 명의 용의자가 화자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얼핏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800쪽 분량을 모두 읽고 나면 모든 장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맨부커상의 심사위원장인 로버트 맥팔레인은 이 소설에서 가장 감명 받은 부분으로 짜임새 있는 구성을 꼽았다.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내용상 전혀 흐트러짐이나 불필요한 부분이 없다고 했다. 소설의 정석을 보는 듯 기본에 충실한 완벽한 구성, 그것이 바로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이 작품을 선정한 이유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커스티 던 기자는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우리는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과연 소설에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 혹은 머리로 느끼는 지성?”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독자로 하여금 이러한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다는 점 그 하나만으로도 이미 캐턴은 놀라운 문학적 성취를 거뒀다”고 절찬했다. 인디펜던트와 텔레그래프 같은 신문도 캐턴이 이 작품으로 줄리언 반스나 마거릿 애투드와 같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캐턴은 이번 수상으로 순식간에 영미 문학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채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작가를 단숨에 반짝반짝 빛나는 영광의 자리로 올렸다는 점에서 반짝이는 빛의 장식을 의미하는 루미나리에라는 제목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