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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예능서 드라마까지 삼킨다

입력 | 2013-11-22 03:00:00

tvN ‘식샤를 합시다’ 28일부터 방영




‘먹방’으로 스타가 된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딸 추사랑, 개그맨 샘 해밍턴(위에서부터). MBC KBS tvN 방송 화면 촬영

연예인들의 ‘먹방’(먹는 방송)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다. 인터넷 포털에서 ‘먹방’을 검색하면 ‘윤후 먹방’ ‘샘 해밍턴 먹방’ ‘추사랑 먹방’과 함께 그들이 방송에서 먹은 ‘짜파구리’ ‘군대리아’ ‘바나나라떼’ 같은 메뉴가 함께 뜬다.

방송에 나온 독특한 메뉴들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먹방이 흥미를 돋우는 조미료 역할을 넘어 예능의 한 인기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밥 먹는 얘기가 주를 이루는 먹방 드라마도 나왔다. tvN은 28일부터 ‘식샤를 합시다’를 방송한다. 혼자 사는 두 남녀 주인공 이수경과 윤두준이 혼자 끼니를 챙겨 먹는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린 드라마다. 중년 남자가 혼자 밥 먹는 장면만 나오는 일본의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떠올리게 한다.

혼자 사는 남녀의 식생활 문화와 로맨스를 그린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표현하기 위해 푸드 스타일리스트까지 동원했다. tvN 제공

제작진은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미니 지미집(크레인 같은 구조 끝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무인 카메라)과 초고속 카메라인 알렉사까지 동원했다. 좁은 실내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미니 지미집은 안정적인 카메라 움직임으로 여러 각도에서 음식을 찍을 수 있다.

알렉사는 초당 120프레임(보통은 초당 30프레임)을 찍어 영상으로 출력하기 때문에 불판 위에서 고기가 지글지글 익는 모습까지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

‘식샤를 합시다’의 박준화 PD는 “카메라와 조명을 세팅한 뒤 음식을 따로 찍고 배우가 먹는 모습까지 촬영하면 보통 한 장면에 3∼4시간이 걸린다. 음식이 나오지 않는 일반 촬영이 빠르면 10∼15분 만에 끝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다”라고 전했다.

TV에서 시작된 먹방 유행은 라디오에까지 옮아갔다. 16일 KBS 쿨FM ‘이소라의 가요광장’에서 개그맨 김준현과 유민상은 방송 중 짜장면과 탕수육을 배달시켜 먹었다. 이들이 후루룩 쩝쩝 하며 식사하는 소리는 전국에 생중계됐고, 청취자들은 온라인 게시판에 “다이어트를 방해하고 있다” “방금 짜장면 시켰다”며 먹방에 함께 참여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먹는 모습에 왜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먹방이 나오는 예능 프로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혼자 밥 먹기 외로울 때 방송을 챙겨 본다”는 의견이 많다. 출연자들이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먹방이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는 수단인 셈이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식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연예인을 통해 친밀감이나 동질감을 느낀다는 설명도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밥 먹는 모습은 지극히 사적인 1차적 욕구의 영역이다.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 친근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본능적 욕구도 해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먹방이 복잡한 사회문제를 보지 못하게 하는 데 악용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이슈가 많은데 먹방은 본능적 욕구에 더 관심을 두게 만들어 진지한 성찰을 가로 막는다”고 지적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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