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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거 표지석 ‘韓中 vs 日 삼국지’

입력 | 2013-11-21 03:00:00

日 ‘범죄자’ 발언에 韓中 공동전선… 韓 “용납못할 몰역사적 언사” 반격
中 “안중근, 침략자 사살” 협공… 日 “사형판결 받은 인물” 재도발




안중근 의사 표지석이 설치될 중국 헤이룽장 성 하얼빈역. 지금은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 할 당시의 위치만 표시돼 있다. 가운데는 하얼빈시 자오린 공원에 있는 안 의사의 친필 비석. 오른쪽은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백과사전에 올라 있는 안중근 의사의 모습. 동아일보DB

‘안중근 의사’에 대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시각이 기존의 ‘삼국삼색(三國三色)’에서 한중 대 일본 간 대립구도인 ‘삼국이색(三國二色)’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일제 침탈의 역사를 한국과 공유하면서도 일본과의 관계를 감안해 그동안 안 의사 기념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역사 문제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 등으로 일본과 갈등을 겪으면서 안 의사 추모에서 한국과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20일 베이징(北京)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6월 방중 때 요청한 안 의사 표지석 설치 작업이 중국 측의 협조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실무를 맡고 있는 헤이룽장(黑龍江) 성 정부에서 최근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표지석 설치는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척살한 헤이룽장 성 하얼빈(哈爾濱)역에 당시 의거를 기념하는 상징물을 세우자는 계획이다. 다른 소식통은 “높이 1.5m 정도의 석판에 의거와 관련한 한국어 중국어 설명을 넣고, 안 의사가 주창한 동양평화론까지 압축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중국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지만 표지석 설치 자체에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안 의사를 항일 영웅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6년 1월 재중사업가 이진학 씨가 하얼빈 중심가의 쇼핑몰 정문 앞에 안 의사의 전신상을 세우자 이를 강제 철거하는 등 안 의사 숭모 활동이 외부로 공개되는 것에는 난색을 보여 왔다. 일본의 입장도 고려한 조치였다.

한국으로서는 대일 관계에서 중국과 공감대를 이루면서 외교 지형을 유리하게 끌고 가야 하는 만큼 안 의사 문제를 한중 협력의 연결고리로 삼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본 관방장관의 발언에 대해 “몰역사적인 발언이며, 우리 국민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이 역사 문제와 관련해 대일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중국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20일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안 의사 표지석 설치를 요청한 사실을 상세히 보도하며 “안중근 표지석을 둘러싼 대립은 중국을 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6월 한중 정상들이 안 의사의 표지석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로 하얼빈역에 설치 작업이 진행되자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19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안 의사를 ‘범죄자’라고 망언을 한 데 이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관방부(副)장관도 20일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해 사형 판결을 받은 인물이라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은 20일 “안중근은 침략획책자를 사살한 의사”라며 “일본은 귀신(A급 전범)을 상대로 제사를 지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을 비난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두 가지 기준을 들이대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베이징=고기정 koh@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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