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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보내준다” 삼성 통큰 결단 왜?

입력 | 2013-11-04 07:00:00

삼성이 오승환을 떠나보낸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3일 사상 최초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에 크게 기여한 부동의 소방수에게 해외 진출을 허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오승환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승환(오른쪽)이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S 6차전에서 세이브를 따낸 뒤 포수 진갑용과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구|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통합 3연패’ 목표 달성…붙잡을 명분 없어
작년 오승환이 양보…구단도 약속 지킬 것
일본이든 ML이든 돈 많이 받도록 돕겠다


“그동안 고생했는데 해외에 보내주겠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오승환(31·삼성)에 대해 구단이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쿨하게’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삼성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에 크게 기여한 만큼 더 이상 오승환을 붙잡을 명분도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3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안 보내줄 이유가 없다”며 “오승환이 그동안 삼성 구단을 위해 고생도 많이 했다. 약속도 한 게 있기 때문에 오승환이 해외에 진출한다면 더 이상 붙잡지 않고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 입단 이후 5차례(2005·2006·2011·2012·2013년)나 우승의 주역이 됐다. 삼성 구단도 오승환의 공로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송 단장은 이어 “지난 시즌 후 오승환이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구단에서 ‘통합 3연패를 위해 네가 필요하다’고 했고, 오승환도 쿨하게 자신의 해외 진출 뜻을 접었다. 그때 오승환에게 ‘구단도 네가 득보는 쪽으로 해주지, 손해 보는 쪽으로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3연패에 성공한 만큼 더 이상 구단에서 오승환을 눌러 앉힐 명분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절차는 있다. 송 단장이 “오승환 혼자 해외 진출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한 이유다. 오승환은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국내에선 삼성을 비롯한 모든 팀과 계약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신분이다. 그러나 현 제도상 해외에 나가기 위해선 삼성 구단의 허락이 필요하다. FA 자격취득조건을 규정한 야구규약 156조 ⑤항을 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선수는 8시즌에 도달하면 FA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단, 해외 진출이 가능한 FA 자격은 9시즌으로 한다’고 돼 있다.

오승환은 단국대 졸업 후 2005년 삼성에 입단해 올해까지 8시즌을 채웠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면 지난해 한화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한 류현진처럼 포스팅시스템(공개입찰제도)을 거쳐야 하고,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려면 임대 형식을 따라야 한다. 다시 말해 메이저리그 진출 시 포스팅 금액은 삼성 구단이 가져가고, 일본 진출 시 임대료 역시 삼성 구단의 몫이 된다. 오승환의 몸값은 단독협상권을 따낸 해외 구단과 별도로 협상을 해야 한다.

만약 삼성이 포스팅 금액이나 임대료를 보고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오승환의 해외 진출을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오승환으로선 1년을 더 기다렸다가 완전한 해외 FA 자격을 얻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포스팅 금액이나 임대료 때문에 오승환의 해외 진출이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송 단장은 “물론 다다익선이다. 하지만 삼성이 선수를 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오승환의 가치나 삼성 구단의 자존심을 훼손하지는 않는 선이어야 하지 않겠나. 얼마가 적정한지 구단도 고민하겠다. 구단보다는 오승환이 많은 돈을 받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어떤 결정을 내려도 팬들께서 응원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 구단이 통 큰 결정을 내려줌으로써 오승환은 이제 한결 홀가분하게 해외 진출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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