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인천/경기]“우리 동네 삶의 애환, 연극으로 보여드릴게요”

입력 | 2013-11-01 03:00:00


학산마당극제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인천 남구 숭의동 제물포도서관에 모인 주민과 연극인들이 시나리오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10월 29일 낮 12시 반경 인천 남구 숭의동 제물포도서관 토론실. 이 도서관에서 자원활동가(봉사자)로 일하던 주민들이 이날은 연극인 겸 강사 이화정 씨(40)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오늘 시나리오 작업이 마무리 됐으니 이젠 정말 연습만이 살길입니다. 무대에서 여러분이 입을 의상도 지금부터 꼼꼼히 챙기셔야 합니다.”(강사)

“그동안 시나리오가 없어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이제는 정말 무대에 선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네요.”(주부)

이들은 8월부터 매주 화요일 마을 도서관인 제물포도서관에 모여 연극 교육을 받아왔다. 12월 14일 남구 학산문화원에서 열리는 학산마당극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제물포도서관을 비롯해 학나래도서관, 이랑도서관, 반딧불이도서관, 도화 꿈꾸는 도서관, 꿈꾸는 문고 등 6개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과 주부, 자원활동가, 독서동아리 회원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만들어 무대에 오른다.

제물포도서관의 경우 자원활동가 7명이 강사의 도움을 받아 ‘차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제물포는 어린 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살고 있는 동네다. 3, 4대가 한 집에서 사는 경우도 많다. 또한 빈부의 격차도 심한 동네다.

이런 마을의 특성을 감안해 휴대전화 와이파이를 소재로 세대별 다양한 모습과 의견을 무대에서 보여줄 생각이다. 유병란 씨(주부·51)는 “학창 시절 연극을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못했는데 더 나이가 먹기 전에 해 보고 싶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도화 꿈꾸는 도서관은 외국인 이주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무대에 올린다. 때론 외국인 이주자와 갈등하고 화해하는 다문화사회의 역동적인 삶의 현장을 그린다.

남구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과 동네의 이야기를 문화 예술(연극 영화 등)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동아리를 10년 전부터 지원하고 있다. 주민이 만드는 하품영화제도 대표적인 주민 참여 성과물이다. 이를 위해 학산문화원, 영화공간 주안 등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물은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 지역문화예술사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성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점이 큰 역할을 했다. 박 청장은 오랜 시간 애정을 갖고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투자해야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결국 꽃을 피울 수 있다는 평소 신념을 반영한 사업들을 여럿 펼치고 있다.

지난달 2∼5일 제10회 2013주안미디어문화축제에서는 주민 1만50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박 청장은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과 내가 사는 동네에 관심과 이해가 생기고 소통의 길이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