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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은퇴 경기에서 페널티킥 양보한 이유는?

입력 | 2013-10-28 16:05:00


이영표 은퇴경기. 영상출처=유튜브 MLS 채널.

이영표 은퇴경기

축구스타 이영표(36·밴쿠버 화이트캡스)는 은퇴 경기에서도 팀 동료를 위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이영표는 28일(한국 시간) 홈구장인 캐나다 밴쿠버의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라피즈와의 2013시즌 미국프로축구(MLS) 시즌 마지막 경기에 선발 출장, 90분을 뛰며 팬들의 축복을 받았다.

밴쿠버 측은 이날 경기를 이영표에게 헌정했다. 때문에 이영표가 14년 간의 선수생활을 정리하는 은퇴 경기는 감동적인 장면으로 가득했다. 밴쿠버는 이영표의 얼굴이 인쇄된 '이영표 은퇴경기 티켓'을 특별 제작해 배포했고, 전광판에 이영표의 얼굴과 함께 '이영표 선수 감사합니다'라는 한글 문구를 띄웠다. 화이트캡스 홈페이지에는 이영표의 특별 인터뷰가 게재됐고, 이영표를 위한 헌정 영상도 제작됐다. 이영표의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임을 공지하는 SNS 활동에는 상대팀 콜로라도도 함께 했다. 밴쿠버의 마틴 레니 감독은 이영표를 후반 45분이 지난 추가시간에 교체했다. 관객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배려였다.

팬들의 준비도 대단했다. 이영표의 교체소식이 경기장에 울려퍼지자,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에 임했다. 밴쿠버 팬들은 태극 한가운데 이영표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태극기를 흔들었고, '이영표 선수 밴쿠버에서 뛰어주셔서 감사합니다'-'Y.P.Lee No.12' 등 이영표를 응원하는 현수막들이 물결쳤다.

밴쿠버의 골잡이 카밀로 산베소는 전반 43분, 페널티킥으로 선취골을 터뜨린 뒤 공을 집어들고 이영표에게 달려갔다. 산베소는 이영표의 앞에 무릎을 꿇고 해당 공을 바치는 세리머니를 펼쳐 이영표를 감동시켰다. 이영표는 격하게 산베소를 포옹해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단순한 감동 세리머니'인줄만 알았던 이날 골 세리머니에 대해 이영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원래 이날의 페널티킥 역시 은퇴경기를 치르는 이영표의 몫이었다는 것.

이영표 은퇴경기 카밀로 골 세리머니

이영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전날 선수들끼리 페널티킥을 내가 차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런데 산베소가 내게 본인이 차고 싶다고 했고, 나는 기꺼이 양보했다. 그의 올시즌 20번째 골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산베소는 이날 페널티킥을 포함해 해트트릭을 기록, 시즌 골 기록에 3골을 추가해 총 22골로 마이크 매기(21골·시카고 파이어), 마르코 디 바이오(20골·몬트리올 임팩트)를 제치고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이날 첫 골이 이영표에게서 양보받은 페널티킥임을 감안하면, 산베소는 은퇴경기임에도 팀동료를 배려한 이영표의 마음씀 덕분에 트로피를 차지하게 된 것. 산베소는 이날 경기를 통해 득점왕 외에도 슛(123개), 유효 슈팅(55개) 분야에서도 매기와 바이오를 근소하게 앞서 1위를 차지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이영표 은퇴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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