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꺼져가는 세 살배기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저는 아이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하느님과 조상님께 간절히 애원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3년 9월 22일 오후. 당시 거주하던 전남 목포의 모 아파트 5층 창문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진 아이는 피투성이의 처참한 모습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응급치료를 한 목포 병원에서는 즉시 광주의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가 직접 앰뷸런스에 동승해 산소마스크를 씌운 아이의 상태를 체크했습니다. 제게는 아들의 이름을 계속 부르게 했습니다. 이송 도중 호흡이 3번 멎고 심장이 2번 멈췄습니다. 이런 긴박한 순간에 설상가상으로 차가 빗길에 미끄러졌습니다. 차는 도로 반대편 차로로 넘어가 빙빙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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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 추락 현장을 찾아 생환 기념으로 사진 촬영을 해 주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콘크리트 바닥에는 핏자국을 물로 씻어 낸 얼룩이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 주위에서는 “아이가 아직 어려서 하늘이 받아주셨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다행히 아무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커주었습니다. 군 생활도 특수부대에서 하며 더욱 강한 남자로 성장했지요.
이젠 결혼하여 서울에서 살고 있는 아들이 이번 추석에 집에 내려 왔습니다. 저는 이 기회에 아들 내외를 데리고 30년 전의 그 가슴 아픈 현장을 찾아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당부했지요. “너는 하늘이 받아주어 살아난 것이니 하느님을 가까이 해야 하고, 덤으로 사는 인생이니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시에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신 의료진께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김성윤 씨(전남 목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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