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이경덕 글/224쪽·1만2800원/사계절
외계인들은 뛰어난 과학기술을 가진 자신들이 지구에 나타나면 지구인들이 마법사나 신으로 숭배하거나 전쟁을 걸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러면서 인류학자 로리스톤 샤프의 연구를 통해 서로 다른 문명권의 사람들이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소개한다. 돌도끼를 중심으로 사회 구조가 짜인 호주의 이르요론트 부족에 선교사들이 쇠도끼를 선물하자 부족 사회에 큰 혼란과 변화가 일어났다.
이방인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일이라고 해도 그 지역의 환경과 역사, 사회 상황에서 저마다 이유가 있어서 생겨난 것이다. 티베트의 전통 장례인 조장(鳥葬)은 사람이 죽으면 독수리에게 살점을 뜯어 먹게 하고, 남은 뼈는 갈아서 음식과 섞어 독수리에게 먹인다. 중국인과 서양인은 조장을 야만적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티베트의 건조한 자연환경에서는 조장이 가장 적합한 장례 방법이다. 다른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화, 성 역할, 놀이와 축제, 종교의 역할 등 다양한 지구의 문화를 낯선 외부인의 시선으로 풀어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교과서적인 서술이 아니라 위트와 재치를 버무려 흥미를 돋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