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유사/조용헌 지음·김세현 그림/264쪽·1만5000원·알에치코리아
통도사 금강계단이 있던 연못터에 얽힌 설화를 형상화한 김세현 화백의 그림. ⓒ김세현
천문 지리 인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강호동양학’을 표방하는 저자는 한중일을 통틀어 600여 사찰을 답사하면서 사찰인문서를 구상했다고 한다. 사찰을 통해 동서양의 신화를 교차시키고 불교신앙과 민속신앙, 풍수사상을 두루 펼쳐 궁극에는 하늘 자연 인간의 이야기를 하나로 집결시키는 책이다. 저자가 고민 끝에 그 무대로 고른 사찰이 통도사다.
왜 통도사일까. 딱 부러진 설명은 없다. 신라의 자장율사가 646년에 지은 천년 고찰이란 역사성, ‘심산명당은 오대산이고 야지명당은 통도사’라는 풍수성, 오리 닭 봉황 독수리 용 개구리 같은 동물에 얽힌 전설이 많다는 신화성이 두루 작용한 듯하다. 통도사라는 특수성 못지않게 수많은 사찰에 두루 적용될 수 있는 일반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통도사는 아홉이란 숫자와의 인연도 깊다. 일제강점기 통도사 부흥을 일으킨 스님이 아홉 개의 강을 건너왔다는 뜻을 지닌 구하(九河) 스님이다. 구하 스님의 제자인 경봉 선사가 가왕 조용필을 만나 “가수면 꾀꼬리로구나? 꾀꼬리를 잡아와라”라는 선문답을 남겼고 이 화두가 ‘못 찾겠다, 꾀꼬리’라는 노래를 낳게 했다는 일화는 보너스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