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단체, 유엔에 보상요구 소송 “사망자 8000명… 네팔군 통해 퍼져”
“평화유지군인가, 죽음의 사자인가.”
‘유엔평화유지군의 역설’이 카리브 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발생했다. 아이티의 콜레라 피해자들이 3년 전부터 아이티에 창궐한 콜레라는 유엔평화유지군 때문이라며 유엔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이티 콜레라 희생자들을 대표하는 ‘아이티 정의·민주주의협회(IJDH)’는 9일 2010년 유엔평화유지군에 합류한 네팔군이 아이티로 옮겨오면서 콜레라도 함께 퍼졌다고 주장했다. 미국 보스턴에 본부를 둔 IJDH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이티에서 2010년 10월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콜레라로 숨진 희생자가 지금까지 8000여 명에 달한다”며 “그 가족을 대리해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네팔군이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며 “금세기 최악의 콜레라 사태”라고 규정했다. 아이티 보건당국은 네팔군 주둔 기지의 위생 정화시설이 열악해 콜레라균이 현지 강의 지류에 스며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