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이성교제 멘토-멘티制로 해결性역할 깨닫고 사회생활 선행 체험
서울 송파구 잠신고는 남녀 공학이다. 남학생과 여학생을 나눠 수업을 하지만, 수준별 수업에서는 같이 모아 놓고 가르치기도 한다. 이성 문제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동아일보 고교평가에서 서울지역 21위로 남녀 공학 중 순위가 가장 높았다. 잠신고 제공
B 고교는 남녀 분반이지만 교사가 특별 감시하는 두 개의 학급이 있다. 서로 이웃한 남학생반과 여학생반. 학생들이 유독 친해 쉬는 시간마다 붙어 있다. 교사들은 수시로 두 교실을 찾는다.
C 고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S 씨는 아들의 수행평가 점수를 볼 때마다 불만이다.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 놓은 여학생의 수행평가지 외관에 점수를 매기는 교사들이 본질적인 내용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본보 7일자 A1·4·5면 참조
진로교육 빠른 고교, 학력-선호도 올랐다
[시도별 일반계 고교 평가] 체계적 진로교육 성과 본 3곳
[시도별 일반계 고교 평가]어떤 학교가 순위 올랐나
남녀 공학이 고교평가에서 열세를 면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이성 문제로 인해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수행평가에서 남학생이 불리하며 △남녀 간 직업 적성 차이로 진로 지도가 어려워 비효율적이라는 점이 꼽힌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김희삼 연구위원은 남녀 공학이 수능 점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서를 올 초 발표했다. 전국 150개 중학교 1학년 6908명을 2005년부터 추적 조사한 결과다. 이 보고서는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 개인 홈피와 블로그 관리 등 이성 교제와 관련되는 활동 때문에 학습시간이 부족하고 학업 몰입도가 저하된다는 것을 원인으로 들었다.
동아일보 고교평가에서 일부 남녀 공학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유는 뭘까. 대구지역 6위인 포산고는 학생 자치회를 열어 이성 문제를 스스로 통제한다.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이 학교는 남녀 학생의 관계가 지나치면 자치회가 교사에게 제보한다. 불미스러운 문제의 발생을 미리 막기 위해서다.
또 학년마다 한 명씩 남학생 1명, 여학생 2명으로 구성된 3인 멘토-멘티 제도를 운영해 공부 고민이나 이성 문제를 나눈다. 공부 노하우를 공유하고 남녀의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어 1석 2조다. 적극적인 수업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장점이다. 이성희 포산고 교감은 “남녀 학생이 함께 있으면 서로를 의식해 토론이나 발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남녀 공학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다”고 말했다.
전북대사대부고는 내신에서 남학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행평가에서 남녀 학생을 따로 매긴다. 김선승 전북대사대부고 교무부장은 “수행평가를 하면서 남학생과 여학생의 순위를 따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전했다.
남고 또는 여고보다 남녀 공학의 학생들이 온화하다는 점은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자랑하는 부분이다. 송이섭 경북 점촌고 교감은 “남고 또는 여고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거친 반면 남녀 공학 학생들은 이성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동의 절제력을 키운다. 특히 남고 교사들이 남녀 공학 교사를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성 평등 의식과 사회성 함양의 교육철학 아래 정책적으로 확대해 온 남녀 공학의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남녀공학에서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이해하는 생활지도, 과목 특성과 성별의 관계를 섬세하게 고려한 수업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는 “남녀 공학은 비용과 전문성이 필요해 통계상으론 학업에 불리하게 보이지만 교사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사회생활을 미리 배울 최적의 장소”라고 언급했다.
이예은 인턴기자 이화여대 역사교육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