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증여세, 1만324명이 1859억원 자진신고
국세청은 2012년 거래분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신고를 받은 결과 신고 대상자(1만658명) 중 96.9%(1만324명)가 1859억 원의 증여세를 자진 신고했다고 8일 밝혔다. 1인당 1800만 원꼴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며 일감 몰아주기 과세로 약 1000억 원 정도의 세수가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과세 대상자와 금액이 더 많았다.
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자산 5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주주는 전체 신고자의 1.5%(154명)를 차지했다. 납부 세액은 전체 납부액의 43.1%인 801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소·중견기업 주주도 대거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매출액 10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법인은 전체 신고 법인의 72.3%(4405개)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법인 주주 등 7838명(전체 신고자의 75.9%)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로 282억 원(전체 신고 세액의 15.2%)을 신고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일반 법인까지 포함하면 증여세 신고자의 98.5%가 중소·중견기업의 주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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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세금을 물리다보니 중소·중견기업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대기업의 편법 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중소·중견기업을 옥죄고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중소·중견기업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8월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중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대해 지배주주의 지분 기준을 5% 초과로, 특수 관계 법인과의 거래 비율 기준을 50% 초과로 완화했다. 하지만 이번에 증여세 신고를 한 중소기업의 평균 주식보유비율이 약 40%, 평균 거래비율이 약 70%로 나타나 규제완화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서 논의될 일감 몰아주기 규제 완화 내용이 담긴 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계열사 간 거래는 글로벌 기업도 다 하는 보편적 경영행위”라며 “내년부터 공정거래법상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되는 만큼 증여세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강유현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