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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 “불가침협정 준비” 케리 발언에 어떻게 답할 건가

입력 | 2013-10-05 03:00:00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그제 “우리는(6자회담 참가국) 북한과 불가침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비록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하고 이를 위해 정통성 있는 협상에 나선다면’이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미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불가침협정 체결 의지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적이 있지만 불가침협정은 체제 보장에 대한 더 강한 의지 표명이다. 케리는 “우리는 북한의 정권교체를 시도하지도 않는다”는 말도 했다.

미국과 북한은 최근 베를린과 런던에서 연쇄적으로 트랙2(민관) 접촉을 갖고 6자회담 재개와 양국 관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에서는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비롯한 전직 관리들이 참석했고 북한에서는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부상 등이 나왔다. 케리의 발언엔 북-미 대화의 성과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북한은 9·19공동성명과 2007년 2·13합의를 통해 관계 정상화를 다짐했다. 미국은 2008년 약속대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적대 정책에 맞서기 위해 핵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변하면서 6자회담 합의를 무시하고 3차례나 핵실험을 했다. 미국의 위협이 핵무장의 이유라면 북한은 케리의 불가침협정 발언을 대미(對美) 화해로 가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불가침협정은 적대국가 간의 가장 강력한 안전보장 대책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최대의 안보불안 요인이다. 중국도 미국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게 북한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한미의 맞춤형 억제전략도 북한의 핵무장이 강요한 것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케리의 발언을 활용해 북한을 실효성 있는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중국은 줄곧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북-미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오지 않았던가.

정부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나온 미국의 대북(對北) 유화 발언의 배경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북-미 관계가 너무 앞서 나간다면 한국의 대북 억지력은 줄어들 수도 있다. 한미 공조가 잘돼야 대북정책의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 북한의 반응을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