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 캐릭터.
‘구름빵’은 TV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2차 콘텐츠로 가공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이 ‘구름빵’ 테마파크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나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주제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은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구름빵’은 원소스 멀티유스의 모범 사례이지만 원작자인 백희나 작가(42)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일 뿐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작업실에서 만난 백 작가는 “‘구름빵’은 내 자식이지만 내 자식이 아니다. 마음에서 지우려 한다. 다시는 나 같은 작가가 없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백 작가처럼 글과 그림을 모두 담당한 경우 통상 10%의 인세를 받는다. 저작권 계약이었다면 정가 8500원인 단행본 ‘구름빵’의 인세 소득만 3억4000만 원이 넘는다. ‘구름빵’이 인기를 얻자 출판사는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전문가들은 “반(半)입체 기법을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책으로 보는 듯한 흥미로운 구성과 기발한 상상력이 압권인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백 작가는 이 책으로 2005년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다.
▼ 또다른 ‘甲의 횡포’… 출판사가 2차 저작권 다 가져가도 항의 못해 ▼
백희나 작가
백 작가는 이후 해외 수출과 애니메이션 제작 등 2차 콘텐츠 제작에서 배제됐다. 현재 뮤지컬, 애니메이션, 테마파크의 저작권은 애니메이션의 제작사인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이 가지고 있다. 진흥원은 ‘구름빵’의 원작료로 저작권 수익의 3%를 한솔교육에 지불한다.
출판계에서는 ‘구름빵’의 사례가 관례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개 2차 콘텐츠가 나오면 원작자와 계약을 갱신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인 작가의 경우 ‘갑(甲)’인 출판사가 작성한 계약서에 그대로 서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구름빵’은 업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는 대표적인 불공정계약 사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4대 국정 지표로 설정한 문화융성을 위해서도 창작자의 권리 보호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문화융성의 교과서가 된 영국의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창의적인 영국)’의 대표 사례인 ‘해리 포터’도 작가에 대한 권리 보호에서 나왔다. ‘해리 포터’를 쓴 조앤 K 롤링은 출간 당시 무명이었지만 저작권을 인정받았다. 308조 원의 가치를 창조한 것으로 평가받는 ‘해리 포터’의 수익으로 롤링은 2008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여성 부호 1위에 올랐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