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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7일 國庫 바닥… 부채한도 못늘리면 첫 국가부도

입력 | 2013-10-02 03:00:00

[美 연방정부 17년만에 셧다운]
민주-공화 극한대립이 부른 파국… 美언론 “디폴트 가능성 높아졌다”
軍-비자-통관업무는 정상 운영… 주미대사관 “당분간 한국인 영향 미미”




미국 연방정부가 잠정 폐쇄된 1일 오전 9시(한국 시간 1일 오후 10시) 수도 워싱턴의 상징인 내셔널 몰 주변은 인적이 드물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지하철역 바로 옆에 붉은 벽돌로 예쁘게 지어진 중세 성 모양의 스미스소니언 정보센터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안쪽에 ‘불편을 끼쳐 사과드립니다. 정부 폐쇄로 오늘은 문을 열지 않습니다’라는 흰색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정보센터 왼쪽 우주과학박물관과 그 맞은편 국립미술관도 마찬가지다.

같은 시간 연방정부 산하 미국의 소리(VOA) 방송국에서는 제작 인력이 아닌 행정·관리직 공무원들(정규직 1200명의 20% 정도)이 짐을 챙기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최장 4시간 동안만 근무하고 무급 휴직 명령을 받았다. 한 직원은 “무급 휴직 기간엔 회사 휴대전화와 e메일도 사용할 수 없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올해 3월 연방정부 지출 자동 삭감을 의미하는 ‘시퀘스터(sequester)’를 막지 못했던 미국의 ‘불통(不通) 정치’가 결국 17년 만에 연방정부 폐쇄 사태를 낳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 보조를 통해 저소득층에게 보험 서비스를 확대하는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갈등이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독주와 ‘뒷다리 잡기’에 급급한 공화당의 극한 대립이 낳은 예상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퀘스터 발동을 둘러싼 강경 대치 이후 미국 정치권은 이민법 개혁안, 시리아에 대한 제한적인 공습 등 국내외 현안에서 그 나름으로는 대화와 협상의 묘를 살려 왔다.

하지만 내년 중간선거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서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대결의 정치’가 발목을 잡았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공화당의 오바마케어 반대의 핵심은 1965년 노년층 건강보험(메디케어)과 저소득층 건강보험(메디케이드) 제도 도입 이후 최대의 복지 개혁으로 평가되는 이번 보험 개혁을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할 수 없다는 공화당의 정치적 시기와 질투”라고 진단했다.

연방정부 폐쇄가 결정되자 미국 언론들은 “국가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달 17일로 한도가 차는 국가부채 상한 증액에 여야가 합의하기 힘들다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 재무부는 17일 국고에 남은 현금이 300억 달러(약 32조 원)지만 당일 빠져나갈 돈만 600억 달러여서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것으로 추산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우선 정부 폐쇄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편배달이나 사회보장 업무 등 민생에 필수적인 업무는 그대로 수행된다.

비상계획에 따라 모든 연방정부 부처의 핵심 인력은 필수인원(excepted employees)과 면제인원(exempt employees)으로 분류돼 정부 폐쇄와 관계없이 업무를 한다. 필수인원은 △국가안보 △생명 보호 △재산 보호 △기타 필수 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을 뜻한다. 면제인원은 정부의 연간 배정 예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인원으로 자체 수익사업을 하는 우정공사 등 기관의 인력이다. 필수인원과 면제인원에서 제외된 연방공무원 80만∼100만 명은 1일부터 강제 무급 휴가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가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미칠 영향은 당분간 미미할 것이라고 주미 한국대사관은 전망했다. 양국 간 접촉 업무를 담당하는 비자 업무, 통관 및 식품검역 업무 담당자들은 정상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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