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이지현 지음/48쪽·1만4800원·이야기꽃
이야기꽃 제공
글 없이 그림만으로 서사가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이 그림책의 장점이다. ‘수영장’은 글이 없는 그림책이다. 그림을 보는 동안 머릿속엔 이야기가 읽힌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런데 보통은 글자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림 읽는 법을 잊는다. 그림책은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나 맞는 책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림을 읽으며 자기의 서사를 완성하는 동안 문학의 참맛을 알게 된 아이들은 글씨를 읽으라는 강요 때문에 책을 멀리하게 된다. 글씨는 알아도 문맥은 읽어 내지 못하는 아이들의 불안을 그림이 채워 준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다. 이는 현재 우리 그림책 작가들의 큰 과제이기도 하다. 구매자의 요구에 맞춘 글이 많은 그림책이 끝도 없이 출간되는 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점점 줄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즈음에 나온 ‘글 없는 우리 그림책’ 몇 권이 정말 반갑다. 그중 ‘수영장’은 다른 세상을 만나 뛰어들고 거기서 새로운 만남과 소통, 함께 즐기며 가는 모습들이 따뜻하게 흐른다. 시원하면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부드러운 색연필을 사용한 까닭이다. 선을 위한 재료인 연필과 색연필로 면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공들였을지 짐작되는 그림이다.
광고 로드중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