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밥 빨리 먹었다며 폭행… 평소 ‘미친개’ ‘정신병자’ 폭언도”
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최민우(가명·7) 군은 점심을 반에서 가장 빨리 먹었다. 식판에는 밥풀이 여기저기 조금씩 남아 있었다. 최 군은 빨리 놀고 싶은 마음에 식판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 담임교사 김모 씨(59·여)는 식판을 내민 최 군에게 “너는 왜 오늘따라 이렇게 일찍 먹고 나왔냐”며 화를 냈다. 원래는 담임교사에게 식판 검사를 받은 뒤 잔반 처리 당번 친구에게 식판을 가져다주게 돼 있는데, 이날은 당번 아이가 아직 자리에서 밥을 먹고 있는 상태였다. 김 교사는 식판을 들여다보더니 밥풀이 여기저기 묻어있자 얇은 알루미늄 식판으로 최 군의 이마를 때렸다. 최 군의 이마는 1cm가량 찢어졌다. 조금만 비켜났으면 눈을 다칠 수도 있는 위치였다.
이날 이 사건은 지난 7개월간 이 학급 학부모들 사이에서 일고 있던 담임교사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학부모들은 김 교사가 아이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 왔다며 고소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학부모들은 탄원서에서 김 교사가 1학기 초부터 아이들에게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3월 초에는 학교에 처음 입학해 집에서 하던 버릇대로 교실 바닥에 앉아 있던 김모 군(7)을 “미친 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후 ‘미친 개’는 반에서 김 군의 별명이 됐다. 이 외에도 김 교사는 반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정신병자들” “쓸모없는 인간들” 등 폭언을 일삼았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했다. 5월 어느 날 체육시간에 준비물인 훌라후프를 가져오지 않은 두 학생이 혼날 게 두려워 다른 친구 것을 잡고 자기 것이라고 대답하자 이 둘에게 강당에서 “나는 도둑입니다”를 3번 외치게 한 뒤 친구들에게도 “앞으로 이 둘은 ‘훌라후프 도둑’이라고 부르라”고 시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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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사가 최 군을 식판으로 때린 다음 날인 4일 학부모 20여 명이 모여 총회를 열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학교 측에 항의하자 김 교사는 교감과 함께 공개 사과를 하겠다며 평일 오전 8시 반에 학부모들을 교실로 소집했지만 끝까지 “실수였다”는 입장만 지켰다. 이에 학부모들은 교육청 산하 교육위원회에 상담을 요청하고 23일 수원지검에 김 교사를 고소했다.
김 교사는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 군이) 남은 밥을 국그릇에 제대로 안 모아 왔기에 정리를 다시 하라고 식판을 넘겨준 것뿐이다. 그때 모르고 스쳤나 보다”라고 반박했다. 기존의 폭언 폭행 논란에 관해서는 “그런 적이 없다. 어떻게 교사가 돼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겠나”라며 부인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으나 김 교사가 병가를 내고 며칠째 학교에 나오지 않아 감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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