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국제부 기자
북한의 이산가족은 크게 6·25전쟁 전후로 남쪽으로 내려온 ‘월남자’와 의용군 등으로 북한에 올라간 ‘월북자’ 가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월남자 가족이 어떻게 박해받았는지는 남쪽에 많이 알려졌다. 가족 중 월남자가 있으면 간부 승진은 물론이고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 이들은 벗을 수 없는 신분의 굴레를 쓴 채 농촌과 광산 등 가장 어렵고 힘든 곳에서 평생 감시 속에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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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는 교수나 예술인 같은 북한이 내세울 만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상봉 횟수가 점차 늘어날수록 고생으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전 대상자들을 평양으로 불러서 잘 먹여 살도 찌우고 ‘때깔’도 바꾸려 애쓴다. 하지만 평생의 고초가 몇 달 잘 먹는다고 바뀔 수는 없다.
당국은 또 매일 정치교육도 하고, 남쪽 가족에게 할 예비 답변까지 준비시킨다. 수십 년을 사상교육으로 세뇌하고도 못 믿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남쪽 가족을 만난 사람들은 “장군님의 은덕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에 전혀 달가운 일이 아니다. 호텔에서 잘 먹이고 남쪽 가족에게 줄 선물까지 챙겨주는 것은 적대계급에 어울리지 않는 대접이다. 더구나 남쪽 가족을 만나 돈과 선물을 받으면 그 자손들까지 남쪽을 선망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입장에선 이산가족 상봉 규모가 커질수록 적대계층을 더 늘리는 일이다. 그러니 아무리 남쪽에서 대규모 이산가족 상봉을 호소해봐야 먹혀들 리 없다.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은 인륜의 문제가 아닌 대남 전술적 차원에서 일부 적대계층에게 어쩔 수 없이 베푸는 호의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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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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