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만큼의 오차도 안된다” 육감 곤두세워
9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전기케이블 설치가 끝난 호남고속철. 현대로템 제공
이날 성능시험 대상은 ‘KTX-산천’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호남고속철 1호’(가칭)로 지난달 처음 생산됐다. 호남고속철에 투입할 모델로 정식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날 성능시험 현장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는 듯 긴장감이 흘렀다. 모터블록은 지난해 7월 부산 금정터널 안에서 발생한 KTX-산천 사고 당시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부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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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환 같은 외관
탄환을 콘셉트로 디자인한 호남고속철. 현대로템 제공
승객을 위한 편의성도 강화했다. 무릎과 앞좌석 사이의 거리를 기존 143mm에서 200mm 수준으로 넓혔다. 좌석도 3도 정도 더 뒤로 눕힐 수 있게 했다. 좌석 테이블의 경우 여객기 이코노미석에 달린 테이블처럼 손잡이를 돌려 펴는 방식으로 바꿨다. 노트북 등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 좌석에 전원 콘센트를 설치했다. 스낵바를 없애는 등 공간을 재배치해 전체 363석(KTX-산천 기준)에서 410석으로 늘어났다.
○ 볼트와 경첩까지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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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내부에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좌석마다 전원 콘센트가 설치됐다. 현대로템 제공
고속철은 크게 △뼈대를 만드는 차체 △색을 칠하는 도장 △창문, 전기케이블, 좌석 등을 차체 내부에 설치하는 의장 △바퀴, 모터를 연결하는 대차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지난달 1호차를 완성한 현대로템은 내년 말까지 15편성(1편성은 10량)을, 2015년 6월까지 나머지 7편성을 각각 철도시설공단에 인도할 예정이다.
호남고속철의 변화는 승객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염규철 현대로템 선행품질팀 부장은 “볼트 하나, 경첩 하나까지 바꿀 정도로 품질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끄럼 방지를 위해 철로에 모래를 뿌려주는 살사(撒沙)호스의 경우 코스에 따라 모래가 잘 분사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해 일(-)자에서 오메가(Ω) 모양으로 형태를 바꿨다. 염 부장은 “발주기관인 철도시설공단과의 협력을 통해 KTX-산천 운행 중 발견된 290여 가지 문제에 대한 개선 작업을 마무리한 상태”라고 전했다.
현대로템은 11월부터 야간에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 운행선(전북 정읍∼익산)에서 총 10만 km의 시험운전을 하게 된다.
○ 러시아 진출의 전초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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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은 유라시아 철도 사업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와 동일한 설계 기준을 적용하는 우크라이나 지역에 전동차 9편성(총 90량)을 수출한 바 있다. UVZ 경영진과의 협의에 참가한 우동익 현대로템 해외사업1실장(이사)은 “현장을 둘러본 UVZ 경영진이 창원공장의 기술력 수준이 유럽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며 “모스크바 지하철 사업, 유라시아 철도 사업 등과 관련해 창원공장과 러시아 현지에서 생산을 분담하는 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창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