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 자존심은 방패다. 남자의 자존심은 자기 영역(가치관이나 가족)을 지키려는 감정이다. 누군가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려 할 경우 강하게 반발한다. 남자는 독립을 위해 자존심을 발동한다.
여성에게 자존심은 방패이면서 칼이다. 여성은 독립이 아닌 관계를 위해 자존심을 이용한다.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을 때는 자존심이 방패로 활용된다. 친구가 결혼기념일 선물을 자랑하면 “예쁘네!” 하고 칭찬을 해줌으로써 자존심을 보호하는 동시에 관계에 윤활유를 뿌린다.
그러나 우월함을 확인하고 싶을 때에는 날카로운 칼이 된다. 친구의 선물에 자존심이 상한 여성이라면 더 비싸고 화려한 선물을 마련해 그 친구에게 과시할 수도 있다. 상처받은 자존심이 상대를 아프게 하는 칼로 변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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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택을 이기심으로 매도하기는 어렵다. 그들로선 어떤 희생을 해서라도 아이를 잘나가는 집단에 넣고 싶은 것이다. 여성은 남의 시선에 예민해 소속된 무리를 기준으로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소속 집단을 자기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이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스스로를 희생하는 엄마로 여긴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는 달리 특별함을 누리는 아이를 보는 것이 그녀의 만족이며 희망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선 이런 선택이 희생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상류층 엄마 무리에 끼어들어 신분상승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아이를 연결고리로 삼았을 뿐이라는 비판도 가능한 것이다. 여성의 희생 가운데는 이처럼 애매한 게 있다. 가족을 위한 희생인지 아니면 자존심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경쟁을 통해서만 자존심을 확인할 경우, 일상 전체가 날카로운 칼을 들고 승부를 벌여야만 하는 고단한 전쟁터로 변해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게다가 모든 측면에서 모든 경쟁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인생이란 신도 감히 허락해 본 적이 없는 경지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