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암 경제부장
일견, 일도 열심히 한 것처럼 보인다. 박근혜 정부 출범 35일 만에 4·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내놓은 기민함을 발휘했다. 5월 초에는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서 한 푼도 깎이지 않고 통과시키는 정치력을 보여줬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부채탕감 정책도 큰 잡음 없이 해치우는 정교함도 보여줬다.
그런데도 인기가 없다. 평가점수는 낙제점을 간신히 벗어난 수준이다. 동아일보가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100점 만점에 61점을 받는 데 그쳤다. 사실 평점이 낮은 것보다 더 뼈아픈 대목은 많은 국민이 “경제팀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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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들이 합동으로 내놓은 서비스업대책을 봐도 현 경제팀이 욕을 먹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알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규제를 시급히 풀어야 하는데도 정부는 소소한 잔챙이 규제만 몇 개 없애고 서비스업의 숨통을 죄고 있는 ‘대못’ 규제는 건드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례가 상당히 많아서…”라는 것이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변이었다. 다시 말하면 ‘일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현 부총리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듯이 조금씩 소리 나지 않게 해나가겠다는 뜻이다. 원래 수적천석은 승거목단(繩鋸木斷·새끼줄로 톱질해도 나무를 자를 수 있다는 뜻)과 짝을 이루는 말로 속세를 떠나서 도(道)를 닦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바람직한 자세를 가리킨다.
과연 현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이 도인(道人)처럼 행동을 하면 비판을 피해 갈 수 있을까. 법구경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온다.
한 무리의 신도들이 부처의 고명한 제자들을 차례로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부처가 ‘숲에 머물며 수행을 하는 자 중 으뜸’이라고 평가한 레와타 존자는 가만히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혜제일’ 사리푸타 존자는 차근차근 이론적으로 가르침을 폈다. ‘다문(多聞)제일’ 아난다 존자는 간단명료하게 요점만 이야기했다. 그런데 신도들은 세 존자의 가르침에 대해 모두 불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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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없이 앉아 있어도 비난한다. 너무 말을 많이 해도 비난한다. 말을 조금 해도 역시 비난한다. 이 세상에서 비난을 받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제팀은 야당이나 여론의 비판을 받지 않으면서, 일은 일대로 해보겠다는 부질없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당장은 욕을 좀 먹더라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숙제들을 뚝심 있게 해나가야 ‘정말 큰 욕’을 안 먹는 경제팀이 될 수 있다.
천광암 경제부장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