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과 산림조합은 소액의 돈을 받고 벌초 대행을 하고 있지만 도시민들은 벌초 대행 일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왼쪽 사진). 조상 묘를 벌초할 사람이 없어지자 올 4월 전남의 한 문중은 선산 묘를 시멘트 묘로 바꾸기도 했다(오른쪽 사진). 농협 전남본부 제공·동아일보DB
3일 오후 1시 전남 진도군 임회면의 한 산. 베트남 출신 근로자 A 씨(27)가 비명을 질렀다. 갈고리로 풀을 모으다 오른쪽 다리를 벤 것이다. 그는 산 주인의 요청을 받고 묘 3기의 벌초 대행을 하던 이 동네 주민 B 씨(66)에게 고용돼 함께 벌초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B 씨는 3일 오전 전남의 한 직업소개소에서 A 씨를 일용근로자로 데려왔다. 마을이장 하모 씨(69)는 “시골마다 방치된 조상 묘가 수두룩하지만 벌초를 할 사람이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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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인 단체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변 소개를 통해 광주 광산구 지역이나 전남 완도로 벌초 작업을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벌초 작업으로 하루 일당 7만∼8만 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일용근로를 나가는 것은 불법이어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민들은 벌초대행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8년부터 벌초대행을 해주고 있는 진도 산림조합은 올 추석 때 50∼70대 일용근로자 4명을 채용해 묘지 250기를 벌초할 계획이다. 진도 산림조합 관계자는 “해마다 벌초대행을 요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해 70% 정도만 받는다”고 말했다. 평균 20m²(약 6평)인 묘 1기당 벌초 작업 시간은 보통 30분이다. 근로자 1명이 묘 10기가 있는 산을 벌초할 경우 4, 5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전국 산림조합과 농협 597곳에서 지난해 묘지 4만322기를 벌초했지만 태부족이다.
묘지를 관리할 사람이 없는 데다 멧돼지가 묘를 파헤칠 것을 우려해 봉분과 그 주변을 잔디 대신 시멘트로 덮는 곳도 있다. 올 초 전남 고흥에 등장한 시멘트 묘는 논란이 일자 파란 인조잔디로 덮인 상태다. 묘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봉분이나 그 주변을 블록, 대리석 등으로 꾸미는 것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등은 전국의 산에 흩어져 있는 묘가 1500만∼2000만 기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화장률은 1954년 3.6%, 1981년 13.7%, 1991년 17.8%, 2012년 72.1%로 상승하고 있다. 조상의 묘를 개장해서 유골을 화장해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자연장 하는 개장유골 사례는 2010년 4만6296건, 2011년 4만4328건, 2012년 8만7982건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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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