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달러 썰물… 인도發 9월 위기설 확산 브라질-태국-印尼 등 20개국 통화 폭락 코스피 29P↓… 원-달러 환율 5.2원↑
미국의 출구전략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수년간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왔던 신흥국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신흥권의 대표 주자인 인도 루피화(貨)의 환율이 20일 달러당 64.11루피로 마감하며 그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가치로 하락했고, 브라질 헤알화는 5월 초 대비 15% 폭락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올 들어 17%나 하락한 가운데 말레이시아 태국 터키 등 20여 개국의 통화 가치가 일제히 급락했다.
○ 신흥권 외환위기의 재연 우려
신흥국 금융위기 폭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일 아시아 시장이 이틀째 크게 출렁거렸다.
광고 로드중
1997년 12월 한국 경제까지 함락시켰던 글로벌 외환위기의 진원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였다. 수년간 경기부양을 위해 달러를 풀어온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자 1994년 2월 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신흥국 시장에 마구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앞다퉈 달러를 회수했다. 그로부터 약 20년 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토대가 갖춰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화를 위해 달러를 풀었다는 ‘시작’은 달랐지만 자칫 신흥국 외환위기라는 ‘끝’은 같아질지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미 Fed가 5년 가까이 이어온 양적완화를 축소하면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 시기를 다음 달로 보고 있다.
○ 첫 희생양은 인도?
전문가들은 해당국 통화를 투매(投賣)하는 첫 희생양으로 인도를 의심하고 있다. 달러를 빼내 가더라도 경제만 탄탄하면 외환보유액을 통해 이를 방어해 나갈 수 있지만 인도의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 수년간 8% 가까운 성장률을 유지해왔던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5%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질적인 부패와 정치 불안 등 이른바 ‘인도병’도 아킬레스건이다. 영국의 대표 일간지인 가디언은 “인도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최악의 단계에 와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신흥국의 외환위기 우려가 지나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신흥국의 부채비율이 높지 않고 외환보유액을 상당액 쌓아왔기 때문에 방어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