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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di&Wagner]베로나·바이로이트… 오페라의 성지에서 격정과 감동을

입력 | 2013-08-21 03:00:00

세계음악축제에서 만나는 바그너·베르디



2000년 전에 지은 이탈리아 베로나 고대 원형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베로나 페스티벌. 베르디의 오페라를 집중적으로 공연한다. 동아일보DB


올해 2월 독일 뮌헨 바이에른 주립가극장에서는 이탈리아와 독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레퀴엠’ 콘서트가 열렸다. 주빈 메타가 지휘봉을 잡고, 테너 조셉 칼레야, 소프라노 크라시미라 스토야노바, 메조소프라노 예카테리나 구바노바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솔리스트로 참여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연광철이 베이스 솔로를 맡아 콘서트를 더욱 빛냈다.

연광철은 5월에도 다시 한 번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5월 22일 바그너의 탄생일을 맞아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열린 바그너 200주년 기념콘서트에서 그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지휘로 ‘발퀴레’ 제1막 콘체르탄테 버전의 훈딩 역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테너 요한 보타, 소프라노 에바마리아 베스트브뤽 등 세계 최고의 바그너 가수들이 총출동한 이날 공연은 바이로이트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위대한 밤이었다.

베르디 향연-베로나 페스티벌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두 거장의 탄생을 기리는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검투사들이 싸우던 고대의 야외경기장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는 베로나 페스티벌(6월 14일∼9월 8일)은 마침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아이다’ ‘나부코’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등 베르디의 걸작 오페라를 집중적으로 공연하는데, 특히 플라시도 도밍고가 바리톤 배역인 나부코를 노래하고, 페스티벌 100주년 기념공연 ‘아이다’의 지휘봉도 들게 되어 화제만발이다.

7월 13일에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이끄는 베네치아 라페니체 가극장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들이 베르디의 ‘레퀴엠’을 공연했다. 폴란드 태생의 세계적인 조각가 이고르 미토라이가 디자인한 장대한 구조물이 베로나의 드넓은 무대 한가운데에 세워진 가운데, 정명훈의 숭고하고도 격정적인 음악이 큰 감동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거장의 만남-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7월 19일∼9월 1일)도 올해는 베르디와 바그너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가득 채웠다. 도밍고와 안나 네트렙코 등이 베르디의 초기 문제작 ‘조반나 다르코’를 콘서트 형식으로 노래했고, 다니엘레 가티 지휘와 슈테판 헤르하임의 연출로 공연된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주빈 메타의 호쾌한 리드와 천재 연출가 다미아노 미키엘레토의 비범한 아이디어가 한껏 빛을 발한 ‘팔스타프’는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과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소프라노 안냐 하르테로스 등이 출연하고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봉을 잡는 ‘돈 카를로’는 올해 페스티벌의 최고 기대작이다. 바그너와 베르디가 그들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성공을 거둔 오페라도 나란히 공연된다. ‘리엔치’는 필리프 조르당의 지휘로, ‘나부코’는 리카르도 무티가 음악을 맡았다. 두 공연 모두 스타급 가수들이 총출동한다.

바그너 성지-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베르디와 바그너의 종가(宗家)들은 어떤 공연으로 올해를 맞이하고 있을까.

바그너 예술의 성지 바이로이트에서는 7월 25일∼8월 28일 ‘니벨룽의 반지’ 4부작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탄호이저’ ‘로엔그린’ 등을 무대에 올린다. 차기 바이에른 국립가극장의 음악감독인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봉을 잡고, 프랑크 카스토르프가 연출을 맡은 ‘니벨룽의 반지’는 하겐 역에 베이스 아틸라 전(전승현)이 출연해 우리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스승 강병운에 이어 제자가 바이로이트에서 똑같은 역을 노래하게 되었으니 일종의 예술적 대물림이 이뤄진 셈이다.

카스토르프의 연출은 거대한 주제의식보다는 원작을 비틀고 풍자하여 좀 더 차가운 접근방식을 택했는데, 함량 미달의 설익은 해석이라는 혹평과 21세기 바그너 연출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찬사가 엇갈리고 있다.

한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베이스 사무엘 윤(윤태현)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주인공 네덜란드인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그는 9월 베를린 도이치오퍼에서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지크프리트’의 보탄(방랑자) 역을 노래할 예정이기도 하다.

베르디의 본향-라 스칼라

베르디의 영원한 음악적 고향 밀라노 라스칼라에서는 2012∼13시즌을 통틀어 모두 다섯 편의 베르디 오페라를 공연한다. 1월 ‘팔스타프’로 스타트를 끊은 스칼라는 2월 ‘나부코’에서 니콜라 루이소티의 정교한 지휘와 다니엘레 아바도의 감각적인 연출로 큰 감동을 주었다. 레오 누치, 비탈리 코발료프 등 거물급 베르디 가수들이 등장한 가운데 장대한 스펙터클 속에서도 참으로 돌체(달콤하고 부드러운)한 베르디를 들려주었다. 특히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과연 본고장의 베르디란 이처럼 격조 높구나 하는 감탄을 안겨주었다.

3월부터는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의 ‘맥베스’가 이어졌고, 테너 김우경이 찬란한 미성으로 맥더프를 불러 폭발적인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그는 2월 뮌헨에서도 같은 배역을 노래하여 연극성과 서정성을 동시에 겸비한 베르디 테너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4월에는 베르디의 처녀작 ‘오베르토’를 공연했고, 7월 ‘가면무도회’는 현대적인 무대로 주목을 받았다. 가을 시즌에는 ‘돈 카를로’ ‘아이다’ 등 후기 대작들로 200주년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스칼라는 바그너 작품들도 활발하게 공연하고 있는데, 역시나 음악감독 다니엘 바렌보임의 영향이라 할 것이다. 하르트무트 헨첸 지휘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이어 바렌보임 지휘와 귀 카시어 연출의 ‘반지’ 4부작 전작이 차례로 공연되었다.

10월 10일 베르디 탄생일 전후로는 고향 파르마에서 대규모 페스티벌과 특별공연이 올려진다.

특히 파르마 레지오 극장은 9월 30일부터 10월 마지막 날까지 극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베르디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리카르도 샤이, 다니엘레 가티, 유리 테미르카노프 등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베르디 음악으로 엮은 다양한 콘서트와 ‘시몬 보카네그라’ ‘팔스타프’ 등 오페라를 공연한다. 베르디가 태어나고 자란 부세토에서도 크고 작은 기념행사와 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황지원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