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푸드’ 전성시대
16일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 본사 내 프레시마켓에서 냉동컵밥인 ‘프레시안 치킨볶음밥·새우볶음밥’을 개발한 김세원 과장(왼쪽)이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올해 4월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문 밖으로 한 자락 탄성이 흘러나왔다. 2년이나 걸린 냉동 컵밥 개발 프로젝트가 마침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컵밥은 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워 먹는 제품이다. 프라이팬에 살짝 볶는 과정에서 풍미가 더해지는 일반 냉동밥과 달리 원래의 맛을 최대한 살려야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CJ제일제당 ‘프레시안’ 브랜드에서 냉동제품을 담당하는 김세원 과장(36)은 “맛을 극대화해 주는 재료의 ‘황금비율’을 찾기 위해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듭했다”고 말했다. 영업 기밀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맛의 비결은 특별한 소스 개발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 ‘모바일족’을 위한 컵밥
컵라면처럼 뜨거운 물만 부으면 국밥이 완성되는 ‘컵국밥’도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올해 2월 ‘사골곰탕국밥’과 ‘콩나물해장국밥’ ‘나가사키식(食)짬뽕밥’ ‘상하이식(食)짬뽕밥’ 4종으로 구성된 ‘정통 컵국밥’을 선보였다. 당초 월 6만 개 판매를 목표로 삼았던 이 제품들은 목표치의 세 배 이상이 팔려 나가면서 지난달 말 누적 판매 100만 개를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 대상 측은 올해 매출 목표를 당초의 50억 원에서 75억 원으로 조정했다.
대상은 컵국밥 인기의 배경에 20∼40대 남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른 출근과 늦은 귀가로 끼니를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따뜻한 국물과 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양사도 5월 말 컵밥 신제품인 ‘큐원 홈메이드 밥맛의 비법’ 3종을 출시해 매달 100%가량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밥맛의 비법’은 불고기 양념 소스를 기본으로 담백한 맛을 낸 ‘갈릭불고기볶음밥’, 굴 소스를 바탕으로 한 ‘새송이버섯볶음밥’, 고추장 소스를 기반으로 한 ‘사천식오징어새우볶음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리된 흰밥을 단순히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선보였던 즉석밥 시장도 다양한 콘셉트로 진화하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 4월 ‘오뚜기 옛날 잡채밥’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노동집약형’ 요리인 잡채밥을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한 제품이다. 라면을 끓이듯 당면을 삶은 뒤 건더기 스프, 액상 스프 등을 넣어 비비면 잡채가 완성된다. 이 잡채는 함께 패키지로 판매되는 흰밥 위에 얹어 먹기만 하면 된다.
○ 대형마트도 뛰어든 ‘간편밥’ 시장
롯데마트는 지난달 즉석 냉동밥인 ‘통큰 새우볶음밥’을 선보였다. 이달 초까지 총 2만여 개가 판매된 이 제품은 같은 제품군 내에서 1위를 차지하던 기존 제품의 5배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