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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리포트]키 쑥쑥 자란다는 성장보조제?… 신선한 제철음식이 최고영양제

입력 | 2013-08-19 03:00:00


박미정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 교수

얼마 전 다섯 살 된 아들이 키가 잘 안 자란다며 한 어머니가 찾아왔다. 키를 크게 한다는 칼슘제, 뇌에 좋다는 영양제, 눈에 좋다는 비타민제, 장에 좋다는 유산균제 등 모두 네 가지를 매일 아들에게 먹이고 있었다. 이처럼 성장클리닉을 찾는 상당수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건강식품이나 비타민제와 영양제를 여러 가지 세트로 부지런히 먹인다.

그러나 광고에 혹하거나 ‘좋다고 하더라’는 소문만 믿고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를 너무 많이 복용시키는 건 아이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직 덜 발달한 어린이들의 간과 신장이 과다한 비타민과 영양제를 처리하기 위해 매일 혹사당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영양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의약품 영양제,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이다. 의약품 영양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지 않고 병원이나 약국에서 판매해 신뢰성이 높다. 의약외품은 비타민과 미네랄 제품 중 함량이 낮아 약국이 아니라도 판매가 허가된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약효가 인정되지는 않지만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정도다.

이렇게 보면 의약품은 독하고 부작용이 많으며 건강기능식품은 부작용 없이 몸에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의약품으로 영양제가 개발될 때는 임상시험을 거치고 까다로운 품질 규정을 충족해야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규정이 약하므로 오히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키가 쑥쑥 자란다는 ‘키 크는 성장보조제’가 국내에서만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이는 비타민과 미네랄을 기본으로 여러 생약 성분을 함유했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복합적인 성분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증거도 부족한 때가 많다.

현대사회는 토양이 오염돼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자체에 함유된 영양소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가공식품이 증가하고 생활이 불규칙할뿐더러 편식하고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 보조적으로 종합 비타민이나 미네랄 한 알 정도는 섭취할 필요가 있는 때도 있다.

진료실에서 키가 잘 안 자라는 어린이들을 대하다 보면 철분 칼슘 비타민D 아연 등이 부족한 사례가 많다. 부족증으로 진단돼 일정 기간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면 식욕도 좋아지고 피곤한 증상 등 여러 가지가 개선되면서 이후 잘 자라는 어린이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내 아이를 위한 진정한 영양제는 패스트푸드가 아닌 신선한 제철음식이다. 균형 있는 식단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뜻이다.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보조적으로 먹이고 싶다면 어린이들도 1년에 한 번쯤은 전문의의 진찰과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부족한 영양소를 확인한 뒤 가장 필요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골라주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박미정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