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술 막걸리-맥주 맛의 비밀은
이렇듯 막걸리와 맥주는 그야말로 ‘여름’을 대표하는 술이다. 와인과 양주는 따로 공부해 배워야 하는 맛이지만, 텁텁하면서도 시큼하고 달짝지근한 막걸리와 씁쓸하며 톡 쏘는 맥주의 맛은 본능에 충실하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 맛의 비밀은 뭘까.
○ 막걸리 맛 좌우하는 유기산·글루탐산
막걸리의 맛은 ‘유기산’과 ‘글루탐산’에 좌우된다. 유기산이 많을수록 신맛이 강해지고, 글루탐산이 많을수록 입에 착 붙는 감칠맛이 강해진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많아지면 너무 시큼하거나 텁텁하고 느끼해져 잔을 내려놓게 되는 만큼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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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유기산과 글루탐산은 누룩이 만들어 낸다.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넣고 3∼5일 두면 누룩 속 여러 종류의 미생물과 프로테아제 같은 효소가 ‘막걸리 발효’를 일으켜 유기산과 아미노산을 만든다.
누룩 속 유산균은 쌀의 당분을 유기산으로 발효하고, 효소인 프로테아제는 쌀의 단백질을 글루탐산으로 분해한다. 그야말로 누룩은 막걸리 맛을 결정하는 공장인 셈이다.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이용과 정석태 박사는 “누룩이 달라지면 유기산의 종류나 글루탐산 함량이 달라져 막걸리 맛이 달라진다”며 “누룩 속 효모가 백국균이면 구연산이, 황국균이면 호박산이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구연산은 청량음료나 캔디의 맛을, 호박산은 청주나 된장, 간장의 맛을 내는 성분. 누룩에 따라 막걸리의 맛도 달라지는 것이다.
○ 쓸수록 당기는 맥주 맛은 이소알파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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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맥주의 쓴맛은 맥주 효모에 의한 ‘알코올 발효’ 과정에서 더해진다. 주 원료인 맥아에는 당분과 아밀라아제가 포함돼 있는데, 녹말 같은 다당류를 가수분해하는 아밀라아제는 64도에서 가장 활성화된다. 맥아를 이 온도에서 장시간 유지하면 아밀라아제가 맥아의 당분을 더 작게 분해한다. 이렇게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 당분이 잘게 쪼개지면 단맛이 줄고 상대적으로 쓴맛이 강해진다. 잘게 쪼개진 당분은 다시 알코올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알코올과 탄산을 만들어 톡 쏘는 독특한 쓴맛을 내는 맥주가 완성된다.
분해 능력이 강한 ‘드라이 효모’를 사용하면 맥주의 단맛은 최소화되고 쓴맛이 더해진다. 하이트진로연구소 서민교 책임연구원은 “맥주 효모에 따라 맥주의 맛이 좌우되는 만큼 주류업계에서는 맥주 효모는 핵심 비법으로 취급해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맥주의 쓴맛은 숫자로 표시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쓴맛이 강하다. 보통 국내 맥주는 9∼12, 일본 맥주는 15∼18, 독일 맥주는 15∼25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산 맥주 맛을 접하고 ‘더 맛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맹맹한 맛의 우리나라 맥주보다 쓴맛이 강한 색다른 맛이라 느끼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최용운 과장은 “국내 맥주 시장의 90%를 라거가 차지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맛의 맥주를 선택하기 어려웠다”며 “소비자들이 점점 쓴맛이 강한 드라이 맥주를 선호함에 따라 국내 맥주도 그에 맞춰 개발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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