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은영씨 박사학위 논문서 밝혀
1926년 5월 2일자 본보에 실린 ‘뺑덕이와 섭섭이’ 첫 회. 말썽을 부린 뺑덕이가 혼날까 두려워 밤에 몰래 귀가하겠다며 섭섭이에게 떼를 쓰고 있다. 동아일보DB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서은영 씨(37·사진)는 최근 박사학위 논문 ‘한국 근대 만화의 전개와 문화적 의미’에서 국내 만화역사에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이 만화야말로 한국 최초의 신문 아동만화임을 밝혀냈다.
밭 전(田)자 형식의 한국형 4컷 만화인 ‘뺑덕이와…’는 1926년 5월 2일부터 7월 12일까지 총 62회 연재됐다. 작가는 만화에 이름을 남기지 않아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논문에서 아동만화는 아동이 주인공이거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그려지는 만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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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신문박물관에서 만난 서 씨는 “당시 신문은 기존 식자층에서 여성과 아동으로 독자층을 확대하면서 아동만화를 도입했다. 뺑덕이가 부인·가정면, 문예면에 실리면서 신문이 가족 모두가 함께 읽는 위치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에는 만화연구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동아일보의 ‘말괄량이 박람회 구경’(작자 미상·1929년)도 등장한다. 시골소녀 까불이가 소심한 아버지를 모시고 경성 만국박람회장으로 가는 여정과 현장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당시 잘 쓰지 않던 ‘말괄량이’란 표현이 눈에 띈다. 서 박사는 “만화 현상공모 등 식민지 조선에서 만화가 전개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동아일보가 만화와 관련된 다양한 실험을 해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만화평론가인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저자를 밝혀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한국 최초의 신문 아동만화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뺑덕이와…’의 그림체나 표현 형식은 동아일보 창간에 참여하고 조선일보로 옮긴 김동성 작가와 많이 닮았지만 그가 그린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 씨는 1920년 창간부터 1940년 폐간 때까지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신문의 PDF 파일을 빠짐없이 확인해 기존 연구에서 누락된 작품을 발굴했다. 그는 “1940년대 조선총독부에서 선전 동원 수단으로 삼은 만화를 연구할 것”이라며 “1930년대 최고 만화가로 꼽히는 최영수 작가를 재조명해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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