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사용금지한 마산제일고-개포고-공주한일고 가보니
마산제일고는 휴대전화 흡연 폭력 따돌림이 없는‘4무(無) 학교’로 창원 지역에서 유명하다. 올해 3월 마산제일고 학생회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금연 캠페인’을 실시하는 모습. 마산제일고 제공
그때였다. 누군가 교무실 문을 두드렸다. 깜짝 놀랐다. 진호였다. 말없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졸업을 합니다.”
그보다 약 3년 앞선 진호와의 첫 만남. 눈빛부터 남달랐다. 체구는 크지 않았지만 괜히 상대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눈빛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동안 누가 사고 쳤다고 하면 모두 진호 얘기였다. 담배를 몰래 피우다 걸리고, 수업 빼먹고 PC방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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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가 진학한 고교에서 스마트폰을 가져오지 못하게 하자 마찰이 심했다. 몰래 가지고 왔다 발각되기를 수차례. 벽 보고 서 있기, 교내 청소, 반성문 쓰기 등 다양한 징계가 따랐지만 진호의 스마트폰 집착은 꺾이지 않았다.
고민 끝에 김 부장은 진호를 인근 노인요양병원에 보내 봉사활동을 시켰다. 처음 1주일은 매우 힘들어했다. 거동 못 하는 노인들의 기저귀를 갈고 숟가락도 들어 주고 모시고 산책 나가는 일은 스스로에 갇혀 살던 진호에게 모두 낯설었다.
그렇게 두 달쯤 지났을까. 진호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봉사활동 마지막 날 진호는 김 부장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 인생 낭비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이젠 휴대전화 한번 들여다볼 시간에 시 한 편 읽고 다른 사람 손 한 번 더 잡아 줄 거예요.” 이후 진호는 단 한 번도 스마트폰 문제로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
진호가 졸업한 경남 마산제일고. 지역에서 학부모가 가장 선호하는 고교다. 일단 공부를 잘한다. 지난해 동아일보의 전국 일반계 고교 평가에서 경남지역 1위였다. 학력 수준은 물론 교육 여건, 선호도까지 종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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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교는 15년 전 휴대전화 소지 불가를 ‘학생생활지표’에 명문화했다. 이 규정이 완전 정착하기까진 쉽지 않았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처방은 봉사활동.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전부인 줄 알던 학생들은 소외된 이웃을 보며 바깥 세계를 피부로 느꼈다.
서울 강남구 개포고 역시 휴대전화 청정지역으로 유명하다. 이 학교는 휴대전화 소지 자체를 금하진 않는다. 그 대신 수업시간에 휴대전화가 진동하기만 해도 바로 1주일 이상 압수한다. 나병학 생활지도부장은 “강남 학생들이다 보니 개성이 강해 일괄 수거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 가지 엄격한 사용 수칙을 두고 있다. 어기면 예외 없이 벌칙을 적용한다”고 전했다.
개포고에선 휴대전화 수거 같은 관리를 학교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학업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졌다고 교사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충남 공주의 기숙학교인 한일고 학생들은 아예 휴대전화가 없다. 학교 규정이 그렇다. 입학 뒤 처음 한 달가량은 금단 현상이 심각하다고 최용희 교감은 설명했다. 한일고는 해결책으로 스포츠를 제시했다. 축구가 대표적이다. 한일고 학생들은 대부분 하루 한 번 이상 인조잔디구장에서 공을 찬다. 매년 3∼11월 ‘한일리그’라는 기숙사 대항 축구 경기까지 있다. 이런 한일고의 학업 수준은 매년 전국 최상위권. 신현보 교장은 “학생들이 휴대전화 대신 축구공과 놀면서 학업에 대한 집중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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