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盧-金회의록 실종 수사 본격화
새누리당이 25일 예상보다 빠르게 검찰 고발 카드를 꺼냈다. 22일 대통령기록관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된 지 사흘 만이다.
여야 합의를 통한 검찰수사 의뢰 또는 특검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새누리당이 선택한 것은 보다 강력한 ‘단독 검찰 고발’ 카드였다.
이는 ‘사초(史草) 증발’ 사건의 ‘법대로’ 처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과 함께 속전속결식 진상규명으로 이 문제를 하루 빨리 털고 가겠다는 ‘출구 전략’ 의미가 동시에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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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발에는 국민의 여론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검찰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지지하는 응답이 66.4%로 ‘정치적 문제로 검찰 수사는 필요 없다’(25.8%)보다 월등히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특검 요구를 일찌감치 차단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특검은 검찰수사가 미진할 때 하는 것”이라며 “특검으로 갈 경우 수사 대상·기간 등을 둘러싼 여야 협의와 법 통과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리고 이후 수사에도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9월 정기국회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검찰 고발에 대해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야당과 대화할 생각도 없었고 국민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며 “오로지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개입 국정조사만 덮어버리면 그만이라는 태도”라고 비난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 정치적 문제에 대해 검찰이 그렇게 중립적 위치에 있었던가 하는 점을 우리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을 때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유불리를 떠나 승복할 것인가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사건을 즉각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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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일단 고발장 내용을 검토한 뒤 조사 범위 등을 결정하고 고발인 조사를 한 다음 관련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올해 1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수사한 NLL 관련 고발 사건 수사기록도 넘겨받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이날 제출한 고발장에서 피고발인을 따로 적시하지는 않고 ‘성명불상자’로만 표기했다. 그러나 문재인 민주당 의원,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은 물론이고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기록 관련 비서진, 국가기록원 직원 등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은 모두 검찰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길진균·유성열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