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사람-공연 구경… 서울의 새 볼거리로 떠올라
“벼룩시장 재미있어요” 20일 열린 서초 토요문화벼룩시장에 재활용품을 판매하기 위해 나온 서울양재초교 5학년 매화반 어린이들. 서초벼룩시장은 재활용품 판매뿐 아니라 거리 음악회와 체험학습 공간 등 다양한 즐길거리로 다른 구민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아가씨, 그러지 말고 1000원만 더 깎아줘.”
20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방배2동 방배노인종합복지관 앞. 평일에는 한산하던 도로가 아침부터 ‘시장통’으로 변해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소리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당역부터 이수역까지 약 1km 길이로 이어진 도로변에는 사전에 받은 번호표에 따라 자리를 잡은 판매자 670여 명이 돗자리를 펴고 온갖 물건을 바닥에 내놓고 팔고 있었다. 거리에는 헌 옷과 구두, 동화책과 장난감, 오래된 라디오와 먼지가 쌓인 트로피까지 가지각색의 물건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늘어섰다. 거대한 만물상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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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청이 1998년부터 16년째 운영하고 있는 서초 토요문화벼룩시장은 오랜 기간 꾸준히 장터가 이어지면서 어느새 서초구의 명물로 떠올랐다. 서초구민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매주 1000여 명의 물품 판매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용산구 한남동에서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이태원 계단장’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졌다. 이태원 우사단 마을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위험한 동네’라는 편견을 없애고 동네의 슬럼화를 막기 위해 한 달에 한 차례 마련한 장터다. 매회 70팀 정도가 집에서 만든 잼이나 중고 의류, 직접 그린 엽서 등 다양한 물건을 이태원 이슬람사원 뒤 계단에서 판매하고 있다. 장터 옆에서는 소규모 오페라나 기타 공연도 열린다. 이달 27일 오후 2시 반부터 7시 반까지 열리는 계단장에는 플라멩코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사회적기업인 ‘일상예술창작센터’는 외환은행의 후원으로 6∼8월 서울 명동 외환은행 건물 뒤뜰에서 ‘명랑 시장’이라는 이름의 시장을 열고 있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중고 여행용품이나 수공예 팔찌 등 직접 만든 생활 창작품 등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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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뚝섬유원지에서는 3월∼10월 말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전 11시 반∼오후 4시 ‘뚝섬 아름다운 나눔장터’가 열린다. 시민들이 재활용품을 사고파는 뚝섬 나눔장터에서 판매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수익금은 2004년 개장 이후 약 3억 원 가까이 모여 소외계층 독서교육과 방학 중 급식 지원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장마철에는 야외 장터 특성상 비로 전날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주최 측에 반드시 확인한 뒤 방문해야 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