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출신 美작가 호세이니의 세 번째 작품… 굴곡진 삶 헤쳐 가는 오누이의 이별과 가족애◇그리고 산이 울렸다/할레드 호세이니 지음·왕은철 옮김/584쪽·1만4800원/현대문학
아프가니스탄에는 산이 많다. 산은 인간의 사랑과 상처, 희생과 배신까지 묵묵히 품는다. 소설 속에서 이별을 앞두고 사막을 건너던 오누이를 내려다본 것도 산이었다. 어린 시절 헤어진 뒤 반세기 넘게 떨어져 산 그들의 삶에 산은 어떤 메아리를 퍼뜨리게 될까. 현대문학 제공
할레드 호세이니 ⓒElena Seibert
이번 소설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아프간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불안한 정치와 내전의 나라, 가난의 땅에서 태어난 죄로 굴곡진 삶을 헤쳐 나가면서도 결국엔 희망과 구원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을 그린 휴먼 드라마라는 점은 저자의 작품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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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들려준 동화는 곧 소설의 전체 줄거리를 암시하는 열쇠다. 압둘라와 파리의 이별을 중심으로, 입양을 주선한 외삼촌과 파리를 입양한 여자 시인, 아프간에서 의료 구호반원으로 활동하는 그리스인 외과 의사 등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가 60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아프간과 프랑스, 미국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이들 모두 사랑과 상처, 희생과 배신을 가슴에 품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1인칭과 3인칭 시점, 편지 글, 잡지 인터뷰 같은 다양한 형식을 구사하며 극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9장 각각이 독립된 단편소설처럼 전개되면서도 헤어진 오누이와 유기적으로 엮인다. 남매의 사랑과 이별이 메아리처럼 퍼져 빚어 낸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아프간은 우리에게 낯선 나라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외려 친숙하게 다가온다. 소련의 침공과 내전, 탈레반의 집권을 겪은 그들의 이야기에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그리고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서 고된 삶을 지탱해 온 우리네 민중의 모습이 겹쳐져서일까. “카불은 1제곱킬로미터에 비극은 1000개쯤 되는 것 같다”는 소설 속 문장이 이를 압축한다.
소설의 제목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유모의 노래’에 나오는 구절 “그리고 모든 언덕이 울렸다”에서 따왔다. 언덕보다 산이 많은 아프간의 지형을 감안해 ‘언덕’을 ‘산’으로 바꿨다. 아버지가 파리를 입양 보내기 위해 수레에 태우고 압둘라는 걷게 해 메마른 사막을 건널 때도 슬픔에 찬 그들을 고요히 지켜보고 있던 것은 산이었다. 그 산이 남매의 슬픔을 품고서 평생토록 잔잔하게 메아리친 것일까. 동화 속에서 울려 퍼진 방울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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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감동과 슬픔의 정도) ★★★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전작들과 비교해 보니 ▼
연을 쫓는 아이(2003년)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부유한 상인의 아들 아미르와 그의 하인이자 친구인 하산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소설. 아미르는 자신이 놓친 연을 쫓아가다 불량배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하산을 모른 척하고 급기야 도둑으로 몰아 쫓아버린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한 뒤에도 어린 시절의 잘못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던 아미르는 훗날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으로 속죄의 여행을 떠난다. 2007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다.
박수 ★★★★ 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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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이 휩쓸고 간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두 여자의 안타까운 운명과 희생, 사랑을 다룬 소설. 사생아로 태어난 마리암은 열다섯 살의 나이에 마흔다섯 살의 구두장이 라시드에게 억지로 시집가 불행하게 산다. 마리암은 폭격으로 고아가 된 옆집 열세 살 소녀 라일라를 돌봐주다가 남편의 둘째 부인으로 맞게 된다. 탈레반 정권의 억압과 내전, 짐승 같은 남편 옆에서 두 여인은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을 배운다.
박수 ★★★★ 눈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