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불교에서 UFO신봉교까지… NYT기자 출신의 유쾌한 신앙탐구◇신을 찾아 떠난 여행/에릭 와이너 지음/김승욱 옮김/460쪽·1만4500원/웅진지식하우스
저자는 신과 종교를 ‘음식과 메뉴판’의 관계에 빗대 설명한다. “메뉴판과 종교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준다. 누군가 메뉴를 추천할 수 있지만, 결정을 내리는 건 우리다. 종교를 믿는다고 신을 안다고 하는 건, 메뉴판을 읽었다고 식사를 잘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사진에서 맨 아래 웨인(Wayne)은 저자에게 불교식 명상을 가르쳐준 전문가의 이름이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하지만 저자는 생각이 좀 다른 모양이다. 그럴수록 세상에 널린 많은 종교를 경험해봐야 한다고 믿었다. 출발은 매우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우연히 응급실에 실려 간 날, 한 간호사가 그에게 넌지시 묻는다. “아직 당신의 신을 만나지 못했나요?” 뭐야, 신을 만나면 특진 혜택이라도 주나? 별 뜻 없이 던졌을 수도 있는 그 말이 두고두고 파문을 일으킨다. 좋다. 그렇다면 신을 만나러 가보자. 이름하야 ‘종교 쇼핑’에 나선다.
물론 쇼핑이라는 말에 반감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굳이 그런 태도를 취한 것은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서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종교 얘기만 나오면 왜 그리 이마에 온통 주름을 잡고 심각해져야 하는 건가. 좀 편하게 관광하듯 둘러보자. 나랑 죽이 맞는 신은 지구 반대편까지 가야 조우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저자는 배낭을 둘러메고 세상의 종교를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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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을 떠올리게 하는 또 하나의 매력은 저자가 결코 책상머리에 뭉개고 앉아 글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교를 탐구하기로 마음먹으면 일단 떠난다. 도교를 배우러 중국에 가고, 불교가 궁금하면 네팔을 찾는다. 관련 서적을 한 보따리씩 바리바리 짊어지고 다니지만, 가장 중시하는 것은 현장 체험이다. 우리 눈엔 사이비로 보이는 UFO신봉교인 ‘라엘 교’(미국에선 정식으로 인정받았다!)도 그들의 종교행사에 뛰어 들어가 직접 겪어 본다.
이렇게 장점이 많기에 이 책의 결론은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본인은 어느 편도 들지 않았다고 강변하지만, 유대인인 저자가 결국 마음이 기운 쪽은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의 분파인 카빌라였다. 유대교가 나름 매력적인 구석이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다른 종교를 체험하며 보여주던 날카로운 통찰력이 모태신앙 앞에서 둔탁해진 것만은 틀림없다. 게다가 불교나 도교 같은 동양종교엔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아이 쇼핑’에 머무는 느낌도 준다.
하지만 저자가 애용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무척 재밌다. 글을 읽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한다. 잠자리에서 책을 펼쳤다가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하며 깜짝 놀라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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