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1기 대표팀 ‘양복 입소’ 표정
첫 훈련 지휘… 첫 주장은 하대성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17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대표팀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홍 감독은 훈련 시작 전 하프라인에 선수들을 모이게 한 뒤 미드필더 하대성(서울)을 대표팀 주장으로 선임했다. 선수들은 소집 첫날부터 긴장된 모습으로 전술 훈련을 소화했다. 파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7일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됐다. 동아시안컵에 출전하는 대표팀은 2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호주와 첫 경기를 치른다. 이날 소집 풍경은 과거와는 달랐다. 홍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뒤 선수들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양복 입기’와 ‘정문에서부터 걸어 들어오기’를 주문했다. 예전에는 선수들이 티셔츠, 청바지 등 자유로운 복장으로 NFC 내 숙소 바로 앞까지 차량을 이용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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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차려입은 홍 감독과 달리 양복을 입을 기회가 적었던 일부 선수들에게서는 어색함이 묻어났다. ‘훈련보다 양복 입기가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선수 중 가장 먼저 NFC에 들어온 서동현(제주)은 “마땅한 양복이 없어 2년 전 결혼식 때 산 양복을 입고 왔다”고 말했다. 경찰 축구단 소속으로 경찰 정복을 입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염기훈은 “외출할 때 입는 정복이 따로 없어 일반 양복을 입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유난히 정성룡(수원), 이명주, 고무열(이상 포항)은 땀을 뻘뻘 흘리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여름 양복이 없어 두꺼운 겨울 양복을 입고 왔기 때문이다. 김동섭(성남)은 소집 때 입고 오기 위해 3일 전 백화점에서 여름 양복을 샀다.
양복을 입은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7일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로 들어서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대표팀 소집 때 양복을 입고 오라는 것이었다. 단정한 옷차림으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라는 뜻이다. 왼쪽부터 홍 감독, 김신욱, 정성룡, 박종우. 평소 양복 입을 일이 별로 없었다는 정성룡은 한여름이지만 겨울 양복을 입고 왔다. 파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일부 선수는 넥타이 매는 법도 몰랐다. 고무열은 “넥타이를 맬 줄 몰라 이명주와 함께 방문경기 때 묵었던 호텔 직원에게 매달라고 했다”며 웃었다. 넥타이가 없었던 홍정호(제주)는 절친한 박종우(부산)에게 넥타이를 하나 더 가져오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날 유일하게 다른 색상의 상하의를 입고 온 홍정호는 “내가 소집된 선수 중에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선수로 뽑힐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일본프로축구에서 뛰는 7명을 제외한 16명의 선수가 NFC에 입소했다.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은 18일 입소한다. 예전과는 다른 입소 풍경이었지만 선수들은 대부분 “마음을 다잡을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파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