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모 씨가 김모 씨의 사생활을 공개하고 모욕감을 줬다가 김 씨가 고소하겠다고 하자 지난해 9월 사이트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의 끝 부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모방하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7일 인터넷에서 논쟁을 벌이던 여성을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백모 씨(30)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광주 북구에 사는 백 씨는 부산 해운대에 사는 김모 씨(30·여)와 2010년부터 D사이트에 진보 성향의 글을 올리면서 친해졌다. 김 씨가 ‘비제’라는 아이디(ID)로 글을 올리면 백 씨는 ‘자중하는 ○○’이란 ID로 댓글을 달았고, 반대의 상황도 이어졌다. 나이가 같고 성향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호감이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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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씨가 지난해 5월경부터 갑자기 보수 성향의 글을 올리고 백 씨의 글도 반박하기 시작하면서 둘의 사이가 틀어졌다. 19대 총선 직후였던 당시 백 씨는 주로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고, 김 씨는 이를 반박하는 글로 맞섰다.
논리적으로 밀린다고 생각한 백 씨는 김 씨에게 온라인에서 욕설을 하거나 김 씨의 남자 문제를 거론하며 사생활을 폭로하는 등 인신공격에 나섰다.
그러자 김 씨가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백 씨는 지난해 9월 사과의 글을 적은 대자보 사진을 사이트에 게시했다. 백 씨는 사과의 글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형식을 사용했다. 사과의 글 이후 김 씨는 백 씨를 더욱 몰아붙였고 백 씨를 비꼬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감정이 격화된 백 씨는 4월부터 범행을 계획하다 6월 28일 인터넷 쇼핑몰에서 흉기 2개를 구입한 뒤 이달 5일 부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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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씨는 범행 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고시텔 방을 얻어 숨었으나 폐쇄회로(CC)TV 70개, 인근 차량 블랙박스 174대 등을 분석해 탐문 수색을 벌인 경찰에 16일 오후 9시 45분경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졸에 무직인 백 씨가 D사이트 활동에 집착했고 비난 댓글이 달리면 화를 참지 못했다”며 “백 씨와 김 씨가 그동안 D사이트에 어떤 글을 올렸는지 파악하려 했으나 두 사람의 글이 모두 삭제돼 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씨는 범행 과정을 당당하게 설명하는 등 확신범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백 씨와 김 씨가 활동했던 D사이트에선 17일 하루 동안 “무섭다 진짜…자기랑 의견 안 맞으면 ○○” 등 4000여 건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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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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