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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CAR]24시간 달리는 ‘르망’대회, 유럽車의 전설이 새록새록

입력 | 2013-07-18 03:00:00


프랑스 르망에 있는 ‘르 사르트 서킷’에서는 매년 6월 셋째 주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가 열린다.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가 그것이다. 올해로 90주년을 맞는 이 행사는 이름 그대로 24시간 내내 달리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많은 거리를 달린 경주차가 1위를 하는 방식이다. 계속 달려야 하기 때문에 차 한 대에 세 명의 운전자가 배치되고 중간 중간 연료도 넣고 타이어도 바꿔야 한다. 기어박스 교체나 엔진 수리, 차체 교환도 할 때가 있다. 쉽게 말해 ‘자동차 마라톤’이다.

이 행사에는 유럽 전역의 자동차 마니아뿐 아니라 노부부나 아이의 손을 잡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부모 등 다양한 사람이 몰린다. 우리나라 자동차 경기장 풍경과 달라서 처음 르망을 찾는 사람이라면 문화적 충격을 느끼게 된다. 하루 종일 달리는 것뿐인 경기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귀청을 찢을 정도의 자동차 굉음에 시달려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경기 도중 내리는 비에 젖었다가 뙤약볕에 노출될 정도로 편의 시설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 행사는 90년 전 자동차 여명기에 ‘국가 대항전’의 성격을 띠고 생겨났다. 기술이 부족했던 시기에 24시간 동안 계속해서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든다는 것은 꿈에 가까운 일이었다. F1이 자동차의 최고 성능을 뽐내는 곳이라면, 르망은 내구성과 기술력, 안정성을 뽐내는 행사다. 유럽인들에게 르망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달렸던 전설의 장소이자 가족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공간처럼 여겨진다.

올해 르망에서는 아우디가 우승을 차지했다. ‘숙적’ 도요타와 치열하게 경기를 벌이다 현지 시간 6월 23일 오후 3시, 톰 크리스텐센, 앨런 맥니시, 로익 듀발이 운전한 아우디 2번 경주차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이후 4연승이자 1999년 첫 출전 이래 통산 12번째 우승이다. 도요타와 아우디 모두 하이브리드 경주차로 겨뤘다. 특히 아우디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디젤엔진과 콰트로 상시 사륜 구동 시스템 등 시판 차에 활용되는 기술을 모두 장착했다. 르망의 경주차는 시판차의 성능 향상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고집에서 나온 결정이다.

그러나 더 감동적인 것이 있었다. 이번 경기에 참가한 세 대의 아우디 경주차 중 우승 후보였던 1번 차량 얘기다. 경기 초반 줄곧 1위를 유지하다가 변속기 결함으로 정비 시간이 길어지면서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수십 바퀴를 뒤졌지만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끈질기게 버틴 끝에 종합 순위 5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눈길은 1번 차에 머물러 있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자동차 경주장을 찾는 것은 24시간 동안의 치열한 레이스 속에서 인생의 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이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쩌면 가격이나 최고속도, 순위처럼 숫자로 표기할 수 있는 것보다 중요한 무엇인가 숨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신동헌 남성지 ‘레옹’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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