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대표 캐릭터 키워라”… 500억 들여 수륙양용차 도입하고 사파리 리모델링… 관람객 15% 늘어 ‘제2의 전성기’
에버랜드가 4월 개장한 체험형 사파리 ‘로스트밸리’. 육지와 물을 자유롭게 오가는 수륙양용차를 타고 기린에게 먹이를 줄 수 있고 코뿔소와 치타 등 150여 마리의 초식, 육식 동물이 한공간에 서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에버랜드 제공
로스트밸리는 수륙양용차를 타고 육지와 물을 오가며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이 콘셉트다. 개장을 앞두고 에버랜드는 영국의 전문 업체에 대당 10억 원을 주고 수륙양용차 7대를 주문했다. ‘매직 스쿨버스’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한꺼번에 40명이 탈 수 있다. 4만1000m² 규모의 사파리 내부 디자인은 독일의 함부르크 동물원과 베를린 동물원을 설계한 동물원 디자인업체 ‘댄 퍼먼’에 맡겼다. ‘전설 속 동물들의 낙원인 로스트밸리로 떠나는 탐험’이라는 주제로 설계된 사파리에 들어서면 12분 30초 동안 물과 땅을 오르내리며 동물 150여 마리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
회사 안팎에서는 ‘그래봤자 동물원인데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큰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에버랜드가 사파리에 ‘통 큰 투자’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회사 측은 “에버랜드에는 디즈니랜드의 미키마우스 같은 대표 캐릭터가 없기 때문에 동물원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세웠다”며 “로스트밸리와 연관된 간식거리와 기념품 등 특화 상품 수익도 클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기대 이상의 호응에 과감한 투자를 한 보람이 있다”며 “로스트밸리의 성공으로 제2의 에버랜드 전성기를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동물원은 중국 및 동남아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 지난해 에버랜드를 찾은 외국인은 총 75만 명으로 전체 관람객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인 관광객 전문 여행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관광 실태조사에서도 에버랜드는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 ‘톱10’에 들었다. 에버랜드 측은 “2008년 한중 수교 15주년을 기념해 베이징 동물원에서 데려온 중국의 1급 보호동물인 황금원숭이를 찾는 중국인이 많다”고 전했다.
입장객이 크게 늘면서 나름대로 고민도 생겼다. 주말이면 3시간 넘게 이어지는 대기 줄이다. 놀이시설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기다리는 시간이 1시간을 넘으면 관람객은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만족도는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 지루함을 없애는 것이 재방문율을 높이는 관건이다.
로스트밸리는 입구부터 차량 탑승구까지 900m가량 이어지는 대기 동선을 하나의 동물원으로 꾸몄다. 입구에 들어서면 200년 된 고사목이 남아프리카 밀림의 음습한 분위기를 풍긴다. 미로처럼 꼬인 대기 동선 사이사이에는 바위너구리, 포큐파인, 알다브라 육지거북 등 순하고 귀여운 동물 9종 100여 마리가 배치돼 있다. 관람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하기 위한 것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