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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정원장 수준이 업자 돈 받아 구속되는 정도인가

입력 | 2013-07-12 03:00:00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역대 국정원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그제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청탁과 함께 1억6000여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원 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998년 국가안전기획부가 국정원으로 바뀐 이후 원 씨 이전까지 8명의 원장 중 5명이 검찰 조사를 받거나 사법 처리됐지만 모두 불법감청 등 권한 남용 때문이었지 개인 비리는 아니었다.

원 씨는 2009∼2010년 홈플러스의 인천 무의도 연수원 인허가 과정에서 황 전 대표를 위해 산림청에 청탁을 해주고 대가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연수원이 들어선 무의도 땅은 산림청 소유의 국유지였다. 산림청은 국유림과 자연경관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허가를 반대했으나 9개월 만에 의견을 바꿔 찬성했다. 이승한 홈플러스 총괄회장은 당시 정광수 산림청장에게 연수원 설립에 대해 직접 공사개요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원 씨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首長)이 건설업자의 청탁을 들어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은 국정원 전체의 불명예다.

원 씨는 이미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국회에서 국정조사도 받아야 한다. 원 씨의 구속 사유인 개인 비리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는 별개다. 야당 일각의 주장처럼 수십 건의 정치적 댓글로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국정원장과 국정원이 어디까지 정치에 개입했는지 개인 비리와는 별개로 국민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원 씨는 황 전 대표와 서울시 공무원 시절 알게 돼 10년 넘게 호형호제(呼兄呼弟)할 정도로 절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국정원장 시절에도 부부 동반으로 여행을 다니고 골프도 쳤다고 하니 누가 봐도 떳떳하지 않은 처신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도 정보 분야의 아마추어인 원 씨가 국가 안보와 정권 수호를 구분하지 못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국정원을 운영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도 있다. 국정원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원 전 원장과 그를 임명한 이 전 대통령이 누구보다 먼저 통렬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