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사이코패스와 다르다”
10대들이 모텔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 등 미성년자 출입이 금지된 모텔이 청소년들의 ‘놀이터’로 변질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선 잔인한 장면을 담은 온갖 ‘호러 영화’와 동영상을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어 모방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벌어진 경기 용인시 모텔 엽기 살인 사건은 이런 유해한 사회적 환경이 범인 심모 군(19)의 범행 욕구를 자극한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실제 살인 장면도 버젓이 나돌아
인터넷 파일공유(P2P) 사이트에 널려 있는 각종 ‘호러 영화’도 문제다. 심 군이 살인을 흉내 낼 생각을 들게 했다는 영화는 ‘호스텔’. 끔찍한 시신 훼손 장면 때문에 2006년 국내 첫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다. 미국 영화 전문 사이트 IMDB의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폭력적인 영화’에 올랐다. 하지만 이 영화는 11일에도 각종 국내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이른바 ‘무삭제판’까지 성인 인증 없이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심 군의 머릿속에 공포영화가 각인되지 않았다면 시신 훼손까지 저지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 사건은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공포물에 탐닉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심 군의 범행 사실이 알려진 11일 인터넷에서는 심 군이 장기매매에도 관심을 보였다는 글들이 떠돌았다. 한 누리꾼은 “장기 매매단의 콩팥 구매 광고에 심 군이 전화번호를 남기며 ‘같이 일하고 싶다’고 썼다”고 주장했다.
○ “모텔에서 파티 해요”
여고생 서모 양(17·경기 의정부시)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친구들끼리 허술한 모텔 한 군데를 뚫어놓았다”며 “이곳에서 대실을 해 소주를 나눠 마시기도 하고, 생일 때는 아예 방이 넓은 모텔을 잡아 파티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행 법규상 18세 이하의 청소년은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으면 숙박업소에 투숙할 수 없지만 숙박업주가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 “사이코패스라고 보기는 어려워”
범죄의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심 군을 ‘사이코패스(Psychopath)’나 ‘소시오패스(Sociopath)’로 단정 짓는 것을 경계했다. 사이코패스는 뇌의 이상 탓에 사악한 행동을 하면서도 상식적 수준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를 뜻한다. 소시오패스는 뇌의 이상과는 무관하게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을 뜻한다.
이 교수는 “심 군은 극악무도한 살인자처럼 보이지만 최근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아 심약한 면모도 있다”며 “범행 뒤 그가 SNS에 올린 ‘내게 실망했겠지만…’이라는 글을 보면 주변인이 자기에게 실망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범죄심리학자인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심 군이 SNS에 올린 ‘내가 사람 죽이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글은 왜곡된 영웅심리를 보여준다”며 “이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청소년의 심리상태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백연상·김수연 기자 baek@donga.com
▶ [채널A 영상]용인 살인사건 피의자, 시신훼손 사진 친구에게 전송 ‘충격’
▶ [채널A 영상]모텔 정화조 수색, 시신 일부 찾아내
▶ [채널A 영상]용인 살인사건 피의자 영장 신청…전문가 “소시오패스에 가깝다”